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나는 지금 세상이 무섭다

지하련 2009. 3. 20. 16:29


노무현 대통령 집권 초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초기, 모든 사람들이 대통령을 비난했다. 전방위적 비판이 이루어졌다. 경제 상황부터 정치 상황까지 비판했다. 그리고 여당과 야당은 대통령 탄핵까지 결의하게 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어있는 상황이었고 국회의원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 탄핵까지 몰고 가게 된 것이다. 그 때, 대통령은 완전 동네 북이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대통령을 비판하라고 하면, 조목조목, 한 두 시간은 쉽게 비판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다 보면, 어김없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노무현 대통령 집권 때보다 경제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상황이다. 소리 소문 없이 문 닫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기업들이 구조조정 중이다. 가게도 장사 안 되고 사람들도 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 가령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나는 지금 세상이 무섭다.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지금 나라가 매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듯도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없다. 실은 여기에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현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표현들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이야기를 싶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 표현을 알지 못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모든 언론과 미디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세웠다. 조선, 중앙, 동아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떠들었으며, 대통령과 정부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리고 그 비판의 표현들은 사람들은 읽고 듣고 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비판할 수 있는 표현과 정보를 가지게 되었으며, 이것을 가진 채, 회사에서, 가정에서, 술집에서, 거리에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인터넷 여론은 찻 잔 속의 폭풍우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촛불 집회 이후 인터넷 속에서도 패배주의가 늘고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한 황당 시추에이션이었지만, 결국 미네르바는 구속되었고, 얼마 전에는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같지만, 사람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실은 말을 하고 싶지만, 사실(fact)만 주어질 뿐, 그 사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표현이나 문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여론'이라고 일컬어지는 담론 자체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나같은 이야, 책도 읽고 인터넷도 하고 심지어 외국 저널의 기사까지 가끔씩 읽지만, 일반 대중들은 그렇지 않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거의 책을 읽지 않고, 읽는다고 하더라도 실용서나 소설 위주이지, 내가 요즘 탐독하고 있는 '달러 - 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 같은 책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신문도 잘 읽지 않고 읽는다고 하더라도 '조중동'이나 '스포츠신문', 혹은 지하철 역 앞에서 나누어주는 무료 신문 정도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객관적인 사실만 전달받을 뿐이다. 그리고 도리어 이 나라가 (좀 어려운 상황 속에 처해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돌아가고 있으며,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들에 대한 단어, 문장, 표현들만 익히는 것은 아닐까. 즉 현 단계의 나라 상황에 대한 일종의 변명에 가까운 단어, 문장, 표현들만 듣고 읽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람들의 상황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문이나 저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 표현들이 아니다. 더구나 한 두 번 노출된다고 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할 것이다. 실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신문이나 저널은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지식인들을 위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나는 지금 세상이 무섭다.

결국 대중은 무식하고 일군의 계몽주의자가 있어야 된다는 식의 귀결이 되지 않을까. 실은 이 귀결은 정말 싫다. 인터넷에는 온통 현 정부에 대한 비판글로 도배되지만, 이것은 어떤 사실에 대한 풍부한 단어, 표현, 문장들에 자주 노출된 일부 네티즌에게만 해당 되는 상황일 뿐이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서로 자신만의 시각으로 판단내릴 수 있는 단어, 문장, 표현들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익힌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매우 이상하고 낯설다. 어딘가 크게 잘못 되고 있다. 나는 그 잘못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세상이 무섭다. 정말 공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