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오스카 와일드, 페터 풍케

지하련 2003. 6. 22. 21:5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페터 풍케 지음, 한미희 옮김, 한길사



도덕적인 책이라든가 부도덕한 책이라든가 하는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 ... 잘 썼거나 잘못 쓴 책이 있을 뿐이다. 그뿐이다.

삶은 예술의 가장 뛰어난 제자인 동시에 유일한 제자이다. 예술이 삶을 모방하기보다는 삶이 예술을 훨씬 더 많이 모방한다.

자연이 그토록 불완전한 것은 우리에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는 예술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비극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습니까? 나는 나의 천재를 인생에 사용했으며, 작품에는 재능만을 사용했답니다.

*****

오스카 와일드가 여기저기 남긴 몇 마디의 문장은 심미주의(유미주의)의 분명한 정의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것은 로코코의 대가, 와또나 초기 모차르트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한 것이며 19세기 말 상징주의나 아르누보의 대가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와일드의 생애는 심미주의적이지 않았다. 세계적인 전기 시리즈의 한 권인 이 책은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던 한 독자에게 이렇다할 감동을 전해주지 않았다. 심미주의자이며 댄디의 시조였던 와일드의 인생은 추측했던 것보다 밋밋하고 열정적이지 못한 듯이 느껴진다.

실제 오스카 와일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선 러스킨과 페이터의 세계와 19세기 말 영국 사회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심지어는 이 섬나라와 대륙 간의 차이, 그리고 대륙에서 불고 있는 예술의 새로운 회의주의에 대해서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 시대를 나비처럼 스쳐지나가는 오스카 와일드의 여러 몸짓들을 살펴볼 때 오스카 와일드에 대해 보다 자세하고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하게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느꼈던 오스카 와일드의 기만성이 사라질 수 있을까. 심미주의란, 거짓된 세계를 버리고 진실된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며 근대의 예술 양식에서는 혼자만의 공간 속으로 침잠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나아 울프, 혹은 세잔이나 고흐처럼. 그리고 말러처럼 인생 전반을 생에 대한 우울로 물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와일드의 세계는 심미주의가 아니다. 그는 전형적인 댄디이긴 하지만, 예술사에서 언급되는 그런 심미주의자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