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사

로마 시대의 회화

지하련 2009. 8. 16. 22:41


로마 예술 양식을 이야기할 때, '환영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위의 그림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벽화인데, 꼭 창문인 것처럼 그렸다. 그래서 창 너머로 다른 건물이 있는 듯하다. 그 옆의 그림은 꼭 액자 속에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있는 것처럼 보인다.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 너머의 어떤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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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업로드한 이미지다. 폼페이 유적에서 나온 벽화 사진으로, 시중에 나온 서양 미술사 책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로마 시대의 회화 양식에 대해서 알게 해준다. 실제 로마 시대 내내 회화는 실내 벽 장식으로 주로 그려졌다. 북아프리카에서는 나무판에 그려진 초상화들도 있지만, 로마 전역에 유행했기 보다는 지역적인 경향으로만 보아야 할 것이다. 

폼페이에서 발굴된 회화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창문 너머에 어떤 세계가 있는 것처럼 그려졌다는 것이다. 또한 원근법과 단축법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으며(그래서 원근법이 르네상스 시대의 발명이라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도리어 뛰어난 화가였던 로마인들의 회화 작품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도리어 낯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