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보수적 문화사가로서의 부르크하르트

지하련 2010. 1. 9. 16:05


혁명 시대의 역사 서문 외

야콥 부르크하르트 지음, 최성철 옮김, 책세상

 

 

이 책은 역사학자이자 문화사학자인 야콥 크리스토프 부르크하르트Jacob Christoph Burckhardt(1818~1897)의 글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부르크하르트는 역사학자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르네상스Renaissance’로 더 알려진 학자일 것이다. (여기에서 일반인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그리스 문화사 서문’, ‘여행 안내서의 16세기 회화 중에서’, ‘혁명시대의 역사 서문’, ‘세계사적 고찰 서문등이 실린 이 책은 부르크하르트의 학문적 태도에 대해 알 수 있기에 매우 유용하다.

 

 

문화사는 과거 인류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존재했고, 원했고, 생각했고, 관찰했고, 할 수 있었는지 말해준다. 문화사는 이와 함께 변하지 않는 것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이 변하지 않는 것이 순간적인 것보다 더 위대하고 중요하게 보이고, 하나의 특성이 하나의 행위보다 더 위대하고 교훈적으로 보이게 된다. 왜냐하면 행위들은 해당하는 내적 능력의 개별적 표현에 불과하고, 내적 능력이야말로 그 행위들을 언제나 새로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원했던 것과 의도했던 것은 발생했던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관조 또한 그 어떤 행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 이유는 일정한 순간에 관조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핵심적 내면을 연구하면,

그가 원하는 것과 그가 행동하는 것 또한 알게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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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크하르트는 과거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연구를 이어나간 역사학자였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기존 역사학이 문헌적 사료에 기초해 있었다면, 그는 문헌적 사료 너머에까지 이른다. 예술에 대한 그의 연구는 직관적인 방식이 등장하기도 하여, 마치 작품(문화적 유물)을 보고 자신의 감상을 적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다.


모든 방식에서 제한적인 것이 완전히 무조건적인 것, 필연적인 것으로 보이도록 만든 것 자체가 바로 이 작품에서는 일종의 신적인 것이다. 여기서는 매우 강력한 정신이 자신의 모든 귀중한 것을 우리 앞에 열어 보이면서, 각각의 표현과 육체적 조형의 각 단계를 경이로울만치 균형을 이루는 원칙들 안에서 하나의 조화로 통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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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인식보다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가 오래된 과거(문화적으로 융성했던 시기)보다 못하다는 태도는 그가 역사학적 방법에서 새로운 것과는 반대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졌음을 드러낸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이런 보수적인 태도는 다소 낯설게 여겨졌다. 100년 이상의 시간들이 가로 놓여져 있고 그만큼 세계가 변화한 탓이리라.

역사학에 관심 있거나 부르크하르트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꽤 흥미로운 존재가 될 것이다.


혁명 시대의 역사 서문 외 - 8점
야콥 부르크하르트 지음, 최성철 옮김/책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