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이탈리아로 미술 여행을

지하련 2010. 5. 9. 00:41


책은 쉽게 읽힌다. 문화일보에 연재하던 글을 책으로 묶어낸 듯하다. 무수한 예술가와 사상가들을 배출한 나라 이탈리아. 책의 서두에서 아래의 문단을 인용해본다.


이탈리아의 문화적 저력은 오랫동안 지속돼온 지방분권의 정치체제에서도 기인한다. 이탈리아가 통일이 된 시점은 1860년대에 불과하다. 로마제국 이후 이탈리아는 독립적인 도시국가로 형성되었다. 이를테면 로마와 그 주변 지역은 교황청에 속해 있었으며, 밀라노는 공작이 지배하던 롬바르디아의 수도였고, 베네치아는 그 자체가 베니치아 공화국이었다. 피렌체는 공화국으로, 때로는 토스카나 공국으로 정치적 옷을 갈아입으며 발전해나갔다. 한편 만토바, 파도바, 우르비노, 시에나, 라벤나와 같은 중소도시들은 각기 독립된 국가로서 혹은 주변국가의 지배를 받으며 성장, 발전, 쇠퇴의 길을 걸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서 씌어진 것이다. 도시국가를 통치하던 군주(principe)들은 자신의 궁전을 최고 걸작으로 장식해야 한다는 개념과 안목을 일찍부터 지니고 있어서 당대 최고의 거장들을 초대하여 예술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곤 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예술 후원이었지만 결국 정치도 사람도 다 가고 지금은 작품만 남아 있으니 인생은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9쪽)



이 책은 기행산문집이라기 보다는 이탈리아 여러 도시들에 가면 볼 수 있는 미술 작품에 대한 안내서라고 이해하는 편이 적당할 것이다. 나같은 이에게 이 책은 너무 쉽게 읽히는데, 다른 독자에겐 어떨지 모르겠다. 딱딱한 역사책만 읽다가 가끔 이런 책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보지 못한 작품의 도판이라도 나오면 매우 흥미로워진다.

학술적인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고종희 교수의 글은 과욕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잘 이야기해준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몇 개의 도판을 덧붙인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다. 더 있으나, 이미지를 구하지 못했다.


 http://www.lib-art.com/paints/pilate.html 
틴토레토의 작품이다. '빌라도 앞의 그리스도'인데, 위의 url로 들어가면 이 테마로 그려진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16세기 이탈리아 회화를 보면, 어딘가 외롭고 쓸쓸해보인다. 위의 그리스도도 그렇다.

 

http://en.wikipedia.org/wiki/Siena_Cathedral

이탈리아에서 고딕 성당을 보기 어렵다. 고딕은 확실히 프랑스로 가야 된다.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볼 만한 고딕 성당이 있다면 시에나 대성당을 들 수 있다. (밀라노 대성당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 

 

 

Cristo deriso di Beato Angelico.

Ce ne parla: Gregorio Botta, giornalista

http://www.radio.rai.it/radio3/arcimboldo/quadri/cristo_deriso.htm


베아토 안젤리코(프라 안젤리코)의 작품이다. 눈을 가린 그리스도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조롱당하는 그리스도'로 옮기고 있는데, 이 작품이 가지는 도상학적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찾아보고 다시 언급할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