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지하련 2010. 11. 18. 23:50

인간의 조건 - 10점
한나 아렌트 지음/한길사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지음), 한길사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는 잡지의 칼럼이나 신문 기사에서 종종 접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의 책은?

솔직히 말해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아주 느리게, 아주 천천히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나 아렌트. 젊은 시절 하이데거의 연인이었으며, 미국으로 넘어간 유태인, 여성 철학자,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면서 학문적 주목보다는 센세이션과 거부감을 더 불러일으킨 학자.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나 아렌트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학문적, 지적 명성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들었다.

한나 아렌트는 이 책을 통해 근대적 인간의 오래된 소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전체주의'가 가지는 비극성, 그것이 어떻게 근대와 현대의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가를 철학적인 견지에서 탐구하고 분석해 낸다. 특히 고대 철학과 정치적 환경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시작된 그녀의 논의는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일관성과 통찰력은 종종 놀라움을 선사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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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권을 선정해 읽는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제대로 읽은 것은 아니다.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읽을 생각이다. 오랜만에 너무 빡빡한 책을 읽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된 철학책을 1~2년 만에 읽는 듯한 생각이 든다.

회사 일이 바빠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읽은 책도 제대로 서평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읽었으나 서평을 쓰지 못한 책이 벌써 열 여권에 이른다. 이를 어쩌면 좋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