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김잔디, 윤상윤, 조문기

지하련 2011. 3. 1. 22:44

김잔디, 윤상윤, 조문기
2011. 1. 20 - 2. 17
GYM Project (청담동 네이처포엠 빌딩)



별 생각 없이 들린 작은 갤러리에서 눈이 환해지는 작품들을 만날 때만큼 기분 좋아지는 일도 없다. 네이처포엠이 있는 작은 갤러리, GYM Project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한 갤러리로 그 진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에 내가 본 전시는 김잔디, 윤상윤, 조문기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설명문에 담긴 작가 소개는 아래와 같다.

- 김잔디는 장소에 관한 특정한 경험에 자신의 상상을 더하여 그 장소를 황량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장소’는 사회적 경험에서 나온 작가 개인의 기억이다. 이처럼 작가가 갖는 장소에 대한 애착은 장소의 근원적인 성격에 대한 탐구로 진행되었고, ‘집’이라는 장소로 귀결되었다.

- 윤상윤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실제의 공간과 무의식 속에서 채워지는 상상의 공간이 혼재되어 있다. 그의 작품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은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조문기는 사회적 위치와 시선으로 억눌려 있는 인간의 욕망을 유머러스하게 표출한다. 그에게 있어서 ‘내숭떨지 않는 솔직함’은 작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주된 원동력이다.



김잔디, PS-8, 캔버스에 유채, 36×26cm, 2008

김잔디, 학교, 리넨에 유채, 20×40cm, 2009


"집에 대한 탐구는 결국 노스탤지어와 결부된다. 최초의 집, 자궁의 메타포, 귀환에의 욕망과 그 원천적 불가능성은 런던작업에서의 주된 관심사였다."  - 2009년 전시에서 작가의 말.


그러고 보면, 김잔디의 말대로, 공간이란 향수(노스탤지어)이며, 추억이고 기억이며 흘러간 시간들을 향한 입구와도 같다. 그리고 김잔디의 작품은 작가의 추억, 혹은 내면에의 입구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잊혀져 가는 장소/공간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현대 회화가 심리적인 면을 가지는 것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윤상윤, Protem 2, 캔버스에 유채, 135×160cm, 2009


윤상윤의 작품은 풍부한 색채와 율동감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윤상윤의 작품은 쓸쓸하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은 각기 다른 세계를 가지고 서로 만나지 않는다.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이질적인 영혼을 가지고 있듯이. 어쩌면 작품 바닥을 채우는 표면은 서로 만나기 위한 몸짓일 지도 모른다.


조문기, 전구갈기, 116.8 * 80 cm, Oil on canvas. 2010



조문기, 돌림병,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60.6×72.7cm, 2010


조문기의 작품은 유머러스하다. 하지만 그 유머는 우리가 만나는 일상 속에서 약간만 삐딱하게 바라보면 나오는 풍경이기도 하다. 조문기의 작품 속에서는 우리 모습이 숨겨져 있고, 그 속에서 우리들의 기묘하고 낯설음과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이미 끝났지만, 이 세 명의 작가를 기억해두고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 작품 이미지는 neolook.com 및 기타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작품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며, 본 글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