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포용의 리더십, 아담 카헤인

지하련 2011. 5. 21. 09:07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이 문장 때문이었다.

"Power without love is reckless and abusive, and love without power is sentimental and anemic"
- Martin Luther King Jr.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이 문장으로부터 시작한다.

힘이란 제대로 이해하자면 목적을 달성하는 역량일 뿐이다. 힘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를 가져오는 데 필요한 능력이다. … 역사상 크나큰 문제 중에 하나는 사랑과 힘이라는 개념이 보통 반대되는 것으로 (그것도 완전히 극과 극으로) 대비되며, 그리하여 사랑은 힘의 포기와 동일시되고, 힘은 사랑의 부정과 동일시된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사실은 사랑이 없는 힘은 무모하고 폭력적이며, 힘이 없는 사랑은 감상적이고 나약하다. … 엄밀히 말하자면 도덕이 결여된 힘과 힘이 결여된 도덕의 충돌이 우리가 맞닥뜨린 중대 위기의 원인이다.
- 마틴 루터 킹,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Go From Here?) 중에서



이 책은 일반적인 리더십 책으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이다. 다른 책들이 구체적인 방법론에 치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저자의 경험,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에서의 역할, 대화, 그리고 갈등 속에서 그는 사랑없는 힘은 무모하고 폭력적이며, 힘이 없는 사랑은 감상적이고 나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과 사랑의 균형이야말로 리더의 역할이라고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기대고 있는 것은 마틴 루터 킹의 연설에서 시작해 자주 칼 구스타브 융과 신학자 폴 틸리히였으며,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사랑과 힘이다.

새로운 사회현실을 공동 창조하기 위해서는 서로 긴장관계에 있는 전혀 다른 두 가지 근본적인 동력을 활용해야 한다. 바로 힘과 사랑이다.

폴 틸리히는 힘(Power)을 “강도를 높이고 외연을 확장하면서,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것의 동력”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의미에서 힘이란 목표를 달성하고 업무를 완수하고 성장하는 동력이다. 틸리히는 사랑(Love)을 “분열된 것을 통합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랑이란 실제로 분열되었거나 그렇게 보이는 것들을 다시 연결하여 하나로 만들어주는 동력이다.
- 25쪽


 

힘과 사랑은 각각이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요소들이다. 힘은 ‘발전적인(generative)’ 속성과 ‘퇴행적인(degenerative)’ 속성을 모두 갖고 있으며, 힘만큼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랑 또한 발전적인 속성과 퇴행적인 속성을 모두 갖고 있다.
- 31쪽


저자는 사랑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힘의 가치도 사랑이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실제 조직에서는 어떻게?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방법이나 방법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지 않는 대신, 그 자신이 경험했던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가 책에서 인용한 내용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스위스에서 군사작전이 펼쳐지는 도중이었다. 알프스 산맥에 배치된 소규모 헝가리 파견 분대의 젊은 중위가 얼음으로 뒤덮인 황무지로 정찰대를 파견했다. 파견 직후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틀을 내리 내렸고 정찰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히 중위는 부하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사흘째에 정찰대는 돌아왔다. 어디에 있었나? 어떻게 돌아왔나? 이어지는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주머니에서 지도를 찾아냈습니다. 그러자 모두 냉정을 되찾았지요. 저희는 천만을 치고 눈보라가 멎을 때까지 버텼고, 눈보라가 멎자 지도를 갖고 방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왔습니다. 중위는 대단한 역할을 했던 지도를 달라고 해서 꼼꼼히 살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은 알프스 산맥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 지도였다.
- 206쪽


어쩌면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은 아닐까. 그런데 그것은 어떤 방법 같은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규준이 있는 사랑이 아닐까.

사랑은 힘을 퇴행적이 아닌, 발전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 힘은 사랑을 퇴행적이 아닌, 발전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므로 힘과 사랑은 분명 상호보완적이다.
- 31쪽



이런 저런 생각이 무수히 스치는 밤이다. 과연 나는 사랑과 힘을 아는, 그리고 그것의 적절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까. 이 책은 리더십이란 어떤 것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적고 있지 않다. 도리어 팀이나 조직, 회의나 협상 등에서 조정을 도맡아,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였던 저자의 경험을 통해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이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랑과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데 이 말이 현재의 나에게 와닿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분 좋았던 인용구를 옮기며 글을 마친다.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야, 창조지”
- 뮤지컬 <렌트Rent> 대사 중에서



포용의 리더십 - 8점
아담 카헤인 지음, 강혜정 옮김, 제프 바넘 그림/에이지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