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21세기 풍경 21C Scape in Mind: Emptiness, 성곡미술관

지하련 2011. 9. 6. 05:45


21세기 풍경 21C Scape in Mind: Emptiness
2011. 8. 26 - 10. 16
성곡미술관 1관 전관 (입장료 있음)




가을의 길목, 성곡미술관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했다. 8월말, 한낮의 주말, 바람은 선선했으나, 기온은 30도 가까이 올라갔다. 성곡 미술관은 주말 나들이 나온 이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2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21세기 풍경' 전이었다.

"첨단 과학의 시대, 물질 만능의 시대, 개발의 시대를 만나고 경험하고, 황량하고 덧없는 공허한 심리 풍경을 이야기하고자 기획되었다." - 전시 설명



전시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시된 작품들은 현대 문명 속에서 상처입은 마음의 풍경을 담아내거나 그것을 은유하고 있었다. 작품 대부분은 슬프거나 비틀어지거나 파괴된 풍경을 보여주었고 보는 이들은 현대 문명, 즉 모더니즘의 결과로 제시되는 문명의 심리적 잔해를 작품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다소 우울해지려는 찰라에, 작품들은 실험적이고 다양한 표현 기법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결국 문명의 슬픔을 이겨내는 것은 '실험적 비틀기'이다. 작품은 일종의 치유 과정 속에 위치했고, 공허한 심리 풍경은 작품 안에서 위로를 받았다. 


김기철, 김덕영, 김주리, 김태준, 김해진, 나현, 박성훈, 이정후, 이주형, 황지희 등 총 10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신문을 구토하다, 황지희,
신문지, single channel, site spectific, 2011

스크린에서는 연신 신문지를 씹는다. 아래 파편처럼 떨어져 있는 것들은 씹은 신문지들이다. 신문지를 씹어 토해낸 흔적인 셈이다. 현대 문명을 하루하루 담아내는 신문을 씹는 행위와 이를 토해내는 행위를 Video로 저장하고 이를 다시 전시한다. 이를 보는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이를 실제로 행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버려진 풍경, 김해진,
시멘트, 건축폐자재, site specific, 2011


김해진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다른 작가들도 있었으나, 이미 다른 전시에서 보았던 이들이라 이 리뷰에서는 생략했다) 버려진 풍경은 시멘트로 축조된 현대 문명이 무너진 이후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작품은 건축 폐자재 위로 피어나는 새로운 세계의 단초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 흥미로운 발상은 하나의 파괴, 또는 폐허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며, 그 시작은 그 전과는 다른 형태임을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