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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화요일 아침 출근길의 빼곡한 지하철 속, 스마트폰을 꺼내 페이스북을 하다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페이지에 업로드된 가을 작품 하나. 그 작품을 보니, 나는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보다 '가을이어서 술 생각 난다'거나, '찬 바람이 부니 왠지 쓸쓸해지는 느낌이다'라는... 가을 자체가 아니라 가을이 불러오는 것에 정신이 팔려있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문득 가을이라는 계절을 생각하게 된다. 


Tosa Mitsuoki(Japan, 1617 - 1691)
Quail under Autumn Flowers
ink and color on silk, 97.8 x 41.6cm, Met Museum
출처: http://www.kurl.kr/ZLyOq1


가을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Tosa Mitsuoki라는 17세기의 일본 화가는 가을 풍경을 가을 국화 아래의 메추라기로 표현했다. 화사하게 핀 국화를 보는 메추라기의 모습이 부드럽고 온화하기만 하다.

17세기 일본에서의 가을이란 저런 모습이었을까. 저 작은 새는 무슨 생각을 하며 국화를 바라보는 것일까. 사람 없는 저 그림 속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정수영(鄭遂榮, 1743 - 1831, 호 지우재之又齋)
추경산수도
제작연도 미상, 종이에 담채, 101 x 61.5cm,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출처: http://blog.daum.net/inksarang/16877985 


그렇다면 조선의 가을 풍경은 어떠했을까. 혹시나 싶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웹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국내 웹사이트 검색을 통해 구한 작품 이미지이다. 하지만 작품의 도판이 좋지 않다.

작품 도판이 좋지 않은 게 대수로울까.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가, 실제 작품을 보면 되지 않는가. 그리고 네이버에서 정수영에 대해 찾아보았다.


이 《추경산수도(秋景山水圖)》는 작품 연대를 알 수는 없으나 북송(北宋)의 원체화풍(院體畵風)이 가미된 암준(岩?)을 보이고 있어 어느 만큼은 정형상수를 따르고 있다. 형체를 조방대담(粗放大膽)하게 이룬 필치와 온건 침착한 맛을 살린 설채기법(說彩技法)을 신기하게 조화시킨 것은 그의 화풍이 지니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노송(老松)은 가지 끝에 담청(淡靑)으로 설채하고 잡목은 크고 작은 수묵점(水墨點)을 찍어내려 구분 지었다.  - 한국사전연구사 한국미술오천년 (네이버 미술검색)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낙엽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가을 하면 단풍과 낙엽인데 말이다. 어쩌면 가을 바람에 휘날려 떨어지는 낙엽이 조선 사람들 눈에는 과히 좋게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심사정의 작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출처: http://blog.naver.com/jsasm1944/80129366467 


인터넷으로 조선의 가을 풍경을 그린 작품을 찾다보니, 심사정(1707 ~ 1769, 호 현재)의 작품도 눈에 띄었다. 겸재 정선의 제자로, 중국에까지 작품이 알려질 정도였으며, 김홍도와 함께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화가였던 심사정의 '추경산수도'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추경산수도'와 꼭 닮은 '하경산수도'도 있지 않은가. 가을 풍경과 여름 풍경이 너무 같았다. (두 작품 중 하나는 없거나, 한 작품의 이미지가 다른 작품으로 오인되었거나 한 것일텐데.. 참고할 만한 정보가 없다.)

두 작품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웹사이트에 가보았으나, 검색되지 않았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수준의 웹사이트가 되어야 할텐데..)

하지만 심사정의 다른 작품을 보자.

선유도(船遊圖)
18세기 중엽, 중이에 담채, 27 x 39.5cm, 한국 개인 소장
출처: http://blog.naver.com/chansol21/50040103428


배 타고 노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소용돌이 치는 물살 위 배 풍경이 너무 한가로워 더욱 매력적인 이 그림은 ...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심사정이 왜 대단한지 알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니, 가을 푸른 하늘 아래 고요히 흘러가는 한강 위로, 돗단배 띄워놓고 술 한 잔 마시고 싶어진다. 사람 그리워지고 술맛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책 향기가 좋고 언어들 사이의 의미가 쉽게 눈에 들어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 좋은 계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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