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서울 시장 선거에 대한 단상

지하련 2011. 10. 17. 13:14


1.
박원순 변호사와 나경원 의원의 지지율 여론조사가 며칠에 한 번씩 나오는 것같다. 그런데 이런 여론조사를 사람들은 얼마나 믿을까?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여론 조사 결과엔 그리 큰 관심이 없다. 이미 누구를 찍을 것인가를 결정해 놓았고 여론 조사 결과나 여러 언론에 실리는 기사들 대부분, 나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고 적극적인 한나라당 반대자도 아닌 나로선 이번 서울 시장 보궐 선거는 한국 정당 정치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어떤 이유로 정당 정치의 위기가 시작되었고 사람들이 왜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는가를 천천히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기회를 마련한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정치인의 반성이나 변화의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도리어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동안 해왔던 짓을 지속하는 듯 보인다. 결국 기존 정당이나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사람들과 정치인들, 그들만의 리그가 지속될 뿐이고,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 대중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우리들이 일상을 얼마나 곤혹스럽고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알지 못한 채, 경제와 정치는 무관하다고 여기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만 생각하는 듯하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2.
실은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안철수 교수의 극적인 의견 - 안 교수는 '출마하겠다'라고 선언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포기'나 '양보'가 아니라,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지지 의견을 내었을 뿐이다 -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안철수 교수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다. 기성 정치권에서 거리가 있었고 정치적으로는 보수이거나 중도 보수로 여겨지는 안철수 교수에 대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주류 언론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어투의 객관적인 기사를 내보다가, '한나라당은 아니다'라고 하자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기사들을 내보기 시작했다. 하루 밤새 기자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런 세상에, 주류 언론들의 기자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 기계 부속품인가? 그래서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면 따라 돌아가는 바퀴인가? 솔직히 작은 기업에서조차 서비스나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할 때도 끊임없이 토론하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데, 사실(Factor)에만 의존해서 객관적인 기사를 작성해야 될 의무를 가진 기자들이 어떻게... ... 

3.
그리고 서울 시장 선거에 대한 기사들은 나경원 의원이나 박원순 변호사가 오세훈 전 시장 재임 시기의 시정 활동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야 할 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온통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네, 학력 위조를 했네, 땅 투기니 병역이니, ... ... 이건 마치, 뭐랄까, 시장으로서 얼마나 잘 서울시의 행정을 잘 처리할 수 있는가, 과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뒷조사 기사들로만 채워지고 있다. 
어느 신문을 보니, 한나라당에서 본격적으로 박원순 변호사를 캐기 시작했다는 식의 기사도 실렸더라. 나경원 의원이야, 이래저래 유명한 사람이니, 굳이 캘 필요가 없겠지만, 박원순 변호사는 아는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을 뿐이니, 그래야겠지.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 전략이 먹힌다. 대화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인데, 한 쪽에서는 일방적인 흠집 내기로 일관할 때 ... 다른 한 쪽은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 사회에서는 일방적인 흠집 내기를 할 때, 그것을 무시하고 정책 이야기로 풀어나갈 때, 무시가 아니라 당하는 것으로 여기고 리더로서는 허약해보이고 자기 주장이 강하지 못한 사람 쯤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4.
그런데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이 얼마나 일을 잘 하는가의 기준을, 저 사람은 어느 학교 출신이지, 어떤 집안에서 자라났는가, 군대는 갔다 왔는가, 도덕적으로 문제는 없는가로 검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검증은 어느 정당이나 정치인의 주장, 그리고 그 주장을 가감없이 보도하는 언론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정말 그런 검증 절차를 믿을 수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기사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더 안타까운 것은 이젠 이 세상에 없는, 지방의 상고 출신 대통령을 무시하면서, 땅 투기하고 위장전입한 사람들이 공직에 나가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다.

그렇게 공직에 나간 사람들 대부분은 전세 살거나 겨우 아파트 하나 장만한 평범한 사람들과는 평소 왕래가 없는, 몇 채의 집을 가지고 명문 대학을 나왔거나 고시를 패스한 고귀한 사람들로, 길을 가다가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나 오뎅을 먹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일 게다. 한때 자신들도 그런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지금은 전혀 그렇게 하지도, 그렇게 할 의사도 없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에 대해선 그 어떤 공감도 하지 못한 채, 할 생각도 없는 채 정책을 세우고 정치적 활동을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날 그렇게 살았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결국 어떤 사람의 진짜 행정 능력을 검증하지 않고 뒷조사로만 평가하다가 결국에는 그 뒷조사로 나온 진짜 결과도 무시하고 결정나는 대로 이끌려 간다는 것이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뒷조사를 심하게 당하고 루머들이 난무하는 후보는 정작 자신의 정책이나 일하는 능력에 대한 그 어떤 검증도 받지 못한 채 떨어진다. 뒷조사 심하게 당하고 루모들이 난무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규모다.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루모의 규모다.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날 수 있음을 아무도 모른다. 비관적으로 말해, 선거의 승리란 선거 비용과 선거 활동을 할 수 있는 조직에 속한 사람수로 결정된다. 정책이나 능력이 아니라. 하긴, 돈과 조직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긴 하다.

5.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언론은 제 기능을 발휘해야만 하는데, 우리 사회의 언론을 믿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  참으로 이 나라는 갈 길이 멀다. 하긴 이 정도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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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언론의 문제가 심각해 보였고 인터넷이나 SNS에 적극적이지 않은 일반 국민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국회의원이 잘못된 소리를 하면, 그것을 지적하고 고치기 위한 언론의 활동이 중요하지만, 언론은 그런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과거 우리 언론은 진실을 수호하기 위해 과거 정권과 싸웠고 그로부터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이젠 그 과거도 전설이 되어버린 듯하다. 언론도 이젠 정당과 기업에 줄서기를 하고 있으니,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건 국민들 뿐이다.

믿을 수 없는 언론이지만, 결국엔 언론을 통해서 우리는 정보를 얻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안까타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들의 비판적 정보 수용과 해석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국어 독해 능력이다. 언론을 비판적으로 읽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결정 내리는 능력이 더욱더 절실해지는 것이다. (서울 시장 선거에 대한 글이 결국엔 언론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하자는 국어 독해 능력 배양으로 와버렸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