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퇴근길 어둠 속의 마음

지하련 2011. 10. 20. 22:52



퇴근길 어둠이 행인의 발 끝으로 스며드는 오후 6시 24분. 어느 SF소설 속 백발의 과학자가 만들었을 법한 '마음 읽는 기계장치'가 내 손에 있다면, 내 앞으로 길게 이어진 건조한 도로 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할까? 그리고 읽는다면, 나는 무수한, 혹은 몇 개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될까?

21세기의 가을, 지구 위의 동물 중 유일하게 마음(mind)을 가졌다는 인간들은 지금 스스로의 마음도 알지 못한 채,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술집으로, 혹은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요즘 내가 겪는 곤혹스러움은, 내 옆을 지나는 그, 또는 그녀를 어디선가 보았던 사람이며, 아주 오래 전에 알고 있었던, 하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라는 생각의 빈번함이다. 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이 세상이 한 권의 책으로, 하나의 텍스트(text)로 돌아가기 위해 있듯이 우리들도 모두 한 인간으로 수렴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정해진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