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11년의 어느 가을

지하련 2011. 10. 31. 12:39



거추장스러운 퇴근.길. 먼 길을 돌아 강남 교보문고에 들려, 노트를 사려고 했다. 몇 권의 빈 노트를 뒤적이다가 그냥 나왔다. 노트 한 권의 부담을 익히 아는 탓에, 또 다시 나를 궁지로 몰고 싶진 않았다. 

토요일에는 비가 내렸고 일요일은 맑았다. 지난 주 세 번의 술자리가 있었고, 오랜만의 술자리는 내 육체를 바닥나게 했다. 늘 그렇듯이 회사에서의 내 일상은 스트레스와 갈등 한 복판에 서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고, 내가 느끼는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만, 그럴 형편도 되지 못했다. (다만 지금 내 경험이 시간 흐른 후에 내 능력의 일부로 남길 바랄 뿐)

모든 이야기는 결국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텍스트는 없고 컨텍스트만 있을 뿐이라고들 하지만, 결국엔 텍스트만 있고 컨텍스트란 없다. 포스트모던의 끄트머리에서 우리는 모나드로 남을 텍스트가 자기 자신임을 확인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내 건강을 위협하고 내 영혼을 힘들게 한다. 언어의 휴식처는 이젠 없고 캔버스 속 색채의 유혹은 이젠 아무런 호소력을 가지지 못한 2011년의 가을.

지난 날의 추억은 거리의 어둠 속 술 자리 안주만도 못하고 ... 오직 불투명한 오늘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