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청담역 한섬 빌딩 옆 조각가 문신

지하련 2011. 11. 20. 16:58


길을 가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작품 하나. 어, 이 작품 문신 거 같은데... 진짜 조각가 문신의 작품이었다.



문신(文信)은 누구인가. 해방 이후 한국 조각가 중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거의 유일한 조각가이지 않은가.

문신(1923 - 1995).
경남 마산출생.

1947년부터 서울과 부산·마산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유화 개인전을 가지며 양화계에 진출했다. 1950년대까지는 인물·풍경·꽃 등의 주제를 그렸으나 그것은 사실적인 재현이 아닌 표현주의적 창작성을 나타낸 것이었다.

보수적인 국전(國展) 참가를 거부하다가 유영국(劉永國)·박고석(朴古石)·한묵(韓默) 등이 1957년에 결성한 모던아트협회에 영입되어 1961년에 파리로 갈 때까지 그 연례 작품전에 참가했다.

파리에서는 세계 미술의 현대적 흐름에 자극을 받은 추상 회화로 새롭게 변모를 보이는 한편, 나무를 재료로 한 순수한 조형 작업의 조각도 손대기 시작하며 작품 행위의 확대를 보여주었다. 여러 외국인 작가들과 접촉하고 친밀 관계를 갖는 가운데 조형 방법과 창작 행위에서 독자성을 부각시키다가 1965년에 귀국, 약 2년간 서울에 머물렀다.

1967년에 다시 파리로 간 뒤로는 회화보다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형태의 스케일이 큰 조각 작업에 더욱 열중하여 파리와 유럽 각지의 국제적인 조각전 또는 조각 심포지움에 거듭 초대되었다. 이 시기 문신의 독특한 조각 형상은 생물적이고 혹은 식물적인 표상이 시메트리(symmetry, 左右均齊)의 공간적 구조를 이루며 신비롭고 무한한 생명감이 매혹적으로 조성된 것이었다.

그 작품들은 초기에는 단지 「작품」·「조각」·「무제」 등으로 발표되다가 말년에 가서는 「환희」·「화(和)」·「우주를 향하여」 등으로 심정적 지향의 구체적 명제가 붙여졌다. 재료도 처음에는 참나무 등을 적당히 이용하다가 어느 기회에 발견한 쇠처럼 단단하고 검은 목질(木質)의 아프리카산 흑단나무와 쇠나무 등을 힘겹게 깎고 파내고 표면을 다듬어 마치 철조(鐵彫)나 청동 작품 같은 느낌의 형상미를 특이하게 창출하는 뚜렷한 독자세계를 구현하였다.

1980년에 귀국하여 고향인 마산에 정착한 뒤에는 그간의 시메트리 조형 작업을 주로 브론즈와 스테인리스 금속 작품의 옥외 조각과 대형 환경 조각을 열정적으로 제작하여, 마산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설치되게 하였다.

타계하기 직전에는 자력으로 자신의 미술관을 마산에 건립하여 스스로를 영구히 기념화하였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마산의 경남대학에서는 문신의 세계적 예술 활동과 향토 문화 공헌을 칭송한 명예 문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또한 1991년 프랑스 정부는 문신의 한·불 문화 교류의 큰 공로를 높이 여긴 ‘예술문학기사(騎士)’ 훈장을 수여했다. 1990년 파리 아트센터 초대전, 199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역사박물관 초대 전시 그리고 1992년 파리시립미술관 초대 회고전 등은 문신을 세계적인 예술가로 확실하게 평가한 유럽에서의 대규모 전시였다.



숙명여대 안에 문신 미술관이 있고, 경남 마산(현재는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문신미술관이 있을 정도인 조각가이다. 굳이 작품성에 대해서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제 길을 가다 마주친 문신의 작품은...


아, 이 모습은 무언가. 무관심하게 방치된 저 모습.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화가 났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가진 주식회사 한섬 건물 옆 주차장 입구에,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내팽개쳐진 듯한 모습의 조각은 번화한 청담역 사거리, 조금만 걸어가면 국내 유수의 갤러리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거리 옆에서 21세기 한국의 미술 작품이 어떤 취급을 받는가를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었다.

혹시 한섬 관계자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조각상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 최근 몇몇 기업체의 Art Collection이 주목받고 문화예술에 대한 메세나 활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이 때, 문신의 작품이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취급받는 모습은 너무 안타까웠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조언을 줄 수도 있다. 기업체가 소유한 작품들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이 작품들을 바탕으로 한 관리나 마케팅에 대한 고민도 함께 높아지길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