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hinking/조직, 리더십

조직에서의 언어의 중요성: 스티브 잡스의 탁월한 연설

지하련 2012. 1. 16. 21:57


제프리 페퍼의 <<권력의 경영>>(지식노마드, 2008)를 다 읽었다. 이 책에서 제프리 페퍼는, 사람들이 직접 드러내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주제 ‘권력Power’에 대해 흥미로운 시각과 통찰을 선사한다. 나 또한 '권력'이나 '정치'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책에게 소중한 독서 경험을 주었다. 

권력의 경영
제프리 페퍼 저/배현


이 책에 대한 리뷰는 따로 올리기로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예로 등장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애플Apple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며칠 전 나는 페이스북 담벼락에 이렇게 적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1992년도에 출판된 제프리 페퍼의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자주 사례로 등장하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 1980년대 잡스의 창의성과 리더십은 제대로 먹히지 못했다. 그런데 2000년대 그의 창의성과 리더십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약 20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말 그렇다. 그 사이 세상이 변했고 사람들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잡스가 변한 것일까. 누군가가 여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스티브 잡스에 대한 매니아적 일방적 찬사가 아니라 말이다. 이 책에서는 자주 존 스컬리John Scully와의 권력 게임에서 패배한 스티브 잡스에 대한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성공적인 사례로 등장하는 거의 유일한 사례를 한 번 옮겨볼까 한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지만, 아래 사례는 그의 연설 스타일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 책의 15장 ‘상징적 행위: 언어, 행사, 배경’에서 스티브 잡스가 가지는 탁월함을 보여주는 한 예가 있어, 인용하고자 한다.


그 무렵, 미 대륙 저편의 회사에서도 언어의 중요성과 위력을 보여주었다. 1983년의 가을은 애플컴퓨터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그해 9월 마지막 주 <비즈니스 위크> 커버스토리는 IBM을 퍼스널 컴퓨터 전쟁의 승자로 선포했다. 애플 III는 실패했고, 리사는 잘 나가지 않았으며, 심지어 애플II도 판매량이 떨어졌다. IBM이 피넛을 - 나중에 피시주니어로 이름이 바뀐다 - 출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영업 조직은 걱정에 휩싸였고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더욱이 컴퓨터 판매에서는 “예측이 그대로 들어맞기 마련인데, 이는 신뢰 상실이 판매 감소로 이어지고, 판매 감소가 더 큰 손실로 이어지며, 더 큰 손실은 신뢰 하락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악순환이 사업 전반을 하수구로 물이 흘러 내려가듯 만들기” 때문이다. 가을 영업 총회에서는 영업 조직과 독립 배급업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잡스와 머레이는 건물 바깥쪽 복도에 엎드린 채 잡스의 연설문을 작성했다. … 매킨토시는 전자를 엄격한 논리 법칙에 따라 조작하도록 설계된 실리콘과 철의 인공적 결합물이다. 그것의 호소력은 논리를 초월했고, 잡스의 강렬한 연설도 마찬가지였다. 잡스는 이렇게 설파했다. 매킨토시는 단순한 ‘생산도구’가 아니라 인간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기계이다. …… 이것은 신화적 체험이다. 당신이 그것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 당신이 거기에 ‘반응’하는 데 필요한 것은 - 오직 당신 자신의 직관 뿐이다. 또한 그것을 팔기 위해, 잡스가 할 일이란 오직 감정을 갖고 노는 것뿐이었다.


매킨토시를 소개한 1984년 1월의 연례 회의에서도 반복된 잡스의 연설은 IBM이 저지른 실수, 제로그래피 즉 건식 전자복사의 특허권을 사들이지 않은 것, 미니 컴퓨터나 퍼스널 컴퓨터 둘 중 아무 것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다음 연설문은 퍼스널 컴퓨터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맞았는데도, IBM이 독식하려는 야욕을 품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빅 블루가 정보 시대를 통째로 지배할까요?” 잡스가 마침내 외쳤다. “조지 오웰이 결국 ‘옳다는’ 말입니까?”
“아니요!” 사람들이 소리쳤다. … … 사람들이 그러고 있던 와중에, 천장에서 거대한 스크린이 내려왔다. 60초 짜리 단편 블록버스터(유명한 ‘1984년’ 매킨토시 광고)에서 드라마가 펼쳐졌다. … … 바로 그 순간 영업 총회는 일변했다. 온갖 패배주의는 사라지고 행복감이 자리를 잡았다.


사족을 달자면, 잡스는 파란색 로고로 상징되는 IBM의 별명 ‘빅 블루’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한데 엮어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 영업 총회와 쿠퍼티노에서 열린 연례 회의에서 잡스가 그토록 대가답게 사용한 상징 관리로 인해 애플의 시장 지위나 테크놀로지, 실질적인 은행 잔고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정작 변한 것은 조직이었다. 직원들, 그리고 경쟁자들과 잠재 고객들이 조직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 제프리 페퍼Jeffrery Pfeffer, <<권력의 경영 Managing with Power>>, 배현 옮김, ㈜지식노마드, 2008년, pp 409 - 411



위 인용된 내용 중에 다시 인용된 부분(흰 색 박스)의 책은 아래와 같다.

- Frank Rose, West of Eden: The End of Innocence at Apple Computer (New York: Viking Penguin, 1982)



프랭크 로즈Frank Rose는  Wired의 객원편집자로, 최근 <<콘텐츠의 미래 The Art of Immersion: How the Digital Generation Is Remaking Hollywood, Madison Avenue, and the Way We Tell Stories >> (최완규 옮김, 책읽는수요일)라는 책이 번역되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 애플 컴퓨터의 '1984년' 광고 



* 아래 링크는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에 대한 아주 좋은 아티클이다. 일독을 권한다.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경고:함부로 따라 하다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