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내 마음의 건축 - 하,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하련 2012. 3. 11. 13:20

내 마음의 건축 - 하 - 10점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다빈치

 

 
일요일 아침, 조심스럽게 일어나 서재로 와서 밀린 독서를 하였습니다. 독서가 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제 독서는 가족의 즐거운 일상을 방해하는 이기적인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내에겐 이런저런 수다를 할 남편이 필요하고 이제 겨우 백일이 되어가는 아이에겐 눈을 마주칠 아빠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제 독서란 아주 이기적인 것이지요.

하지만 습관은 어쩌지 못하는 탓에,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내와 아이를 방해하지 않고 일어나는 조심스러움이 일요일 아침의 키폰인트인 셈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이 책은 블로그 이웃이신 하늘바다 님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이 책은 상권, 하권, 이렇게 두 권으로 나왔는데, 저는 이 책을, 여행을 가서 자연 풍경보다는 사람 사는 공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나카무라 요시후미도 건축도 그런 것이라 여깁니다. 그런 탓에 찰스 무어Charles Moore의 아래 말을 습관처럼 인용하곤 합니다.


"위대한 건축물을 실감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 건축물 안에서 잠을 깨는 것이다."



기분 탓인지, 상권이 하권보다 나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둘의 차이는 크게 없습니다. 이렇게 하권부터 리뷰를 올리는 것은 상권은 지난 1월에 읽었고 하권은 오늘 다 읽은 탓입니다(상권에 대한 서평도 조만간 할 생각입니다만...). 

하권에 소개된 건축물 중에 제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단 가즈오의 집'입니다. 단 가즈오, 일본의 작가인데, 국내에는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일본 문학들 속에서 몇 번 이름만 접한 작가입니다. 단 가즈오에게 집이란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러나 아래로 축 처진 초가지붕 아래 온돌방이 있고 저녁 불빛이 아련하게 새어나오고 온돌방을 데우는 연기가 초가지붕 주위를 감싸며 올라가는 한국 저녁 풍경은 나 같은 타향 사람에게조차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거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예전부터 온돌방 한 칸뿐인 생활에 대해 오래도록 헛된 집착을 가져왔으며 나머지는 부엌과 변소면 충분하다... 복잡한 짐도 없는 그 온돌방 안에서 유유자적 늙어가고 싶은 소망이 있다. 
- <<맛있는 방랑기>> 중에


저도 단 가즈오처럼 그런 집을 꿈꾸지만, 그건 그저 꿈이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물이란 사람과 함께 하는 곳이고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그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정한 건축물이란 그 누구-사람이든 자연이든-도 서로 해하지 않으며 그 사이로 들어가 조화를 이루며 평화를 추구한다고 할까요.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건축물들 모두 그러한 건축물입니다. 


'내 마음의 건축'이라는 제목이 붙여있긴 하지만, 실은 사람이 살고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책이며, 그 공간을 계획하고 만드는 이들에 대한 책이기도 합니다. 하권 마지막에 저자의 후기 속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지나치게 계획성을 추구하지 말 것
- 낙천적일 것 



이 두 구절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마치 모든 것들을 행할 때의 태도라고 할까요. 얼마 전 '혼다 이펙트Honda Effect'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이라면 수업 중에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 단어는 비즈니스의 성공이 철저한 사전 시장 조사, 치밀한 전략, 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실행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계획된 것을 재빠르게 수정하고 그 때 그 때 환경에 맞추어 학습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혼다 오토바이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하죠. 그러니 지나친 계획성은 도리어 우리의 걸음을 늦게 만들 수도 있는 법입니다. 또한 약간 허술해 보이는 계획이라도 낙천적일 땐 그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후기의 저 두 구절이 마음에 와닿은 이유입니다. 

하권의 첫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작업이고, 마지막 건축물은 루이스 칸Louis Kahn의 작업입니다. 그 두 건축물의 사진을 옮깁니다. 루이스 칸의 솔크연구소는 정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http://blog.parisinsights.com/?cat=18
르 코르뷔지에 '사보아 주택'


http://patriciamguevara.blogspot.com/2011/01/salk-institute.html
루이스 칸, 솔크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