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hinking/조직, 리더십

사람의 마음을 읽는 협상법

지하련 2012. 8. 29. 10:22



사람의 마음을 읽는 협상법 







‘모든 것이 협상’이다. 자녀와의 사소한 대화에서부터 회사에서의 중요한 거래나 비즈니스 미팅에 이르기까지. 솔직히 모든 것을 협상(적 구조)으로 돌리는, 일종의 환원론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협상의 중요성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사람의 마음을 읽어, 자신이 원하는 바의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다면, 협상 능력은 우리가 반드시 익혀야 하는 능력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익힐 수 있을까. 이 짧은 글이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본적인 협상 태도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입은 닫고 눈과 귀를 열어라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화한다. 어떤 이들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쏟아내고는 타인의 이야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자신이 관심 가는 내용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무시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시간의 대부분을 듣는데 할애한다. 혹자는 여기에서 ‘경청(傾聽)의 미덕’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지만, 실은 협상 과정 속의 한 단계인 ‘정보 수집’에 속하는 행위이다.


유능한 협상가는 자신의 정보를 먼저 노출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는 듯하면서도 노출하지 않고, 상대방의 정보를 수집한다. 우리는 종종 협상을 테이블 위, 회의실 안으로만 국한 지으려고 한다. 실은 협상의 범위란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범위 밖에 있는 주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유능한 협상가들은 그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협상의 범위가 아니라 협상을 통해 얻으려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종종 감동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딱딱하고 건조한 협상이 오가기 전에 부드럽고 친근한 일상 이야기부터 하면 어떨까?


종종 어떤 이들은 협상 테이블을 대결 구도로 파악하기도 한다. 자신과 상대방의 입장을 복싱 경기장의 사각의 링으로 보고, 먼저 협상의 주도권을 얻으려고 경쟁적으로 상대편을 몰아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협상 태도는 종종 큰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협상의 범위를 사각의 링으로만 한정지을 경우, 협상의 결과는 사각의 링 안으로만 국한되고, 누군가 한 명은 패배를 인정해야만 그 협상은 끝이 난다. 종종 뛰어난 협상가들이 보여주는 창의적인 과정과 탁월한 협상 결과는 그들이 협상 테이블을 사각의 링 밖으로 확장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각의 링처럼 보이는 협상 테이블도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예상치 못한 금광을 발견한 친구 사이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그러니 먼저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략적 배려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협상은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져 승자가 되는 협상이 아니라, 승자도 패자도 없이 양 쪽 모두 승자가 되는 협상을 일컫는다.


“가장 훌륭한 협상가는 협상 테이블에서 솔직하고, 정직하며, 질문을 많이 하고, 주의 깊에 들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리처드 샐의 ‘협상의 전략’ 중에서)



Montmartre
Montmartre by John Althouse Cohen 저작자 표시



창조적인 대안은 숨겨진 마음 속에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상은 숨겨진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팽팽한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시나이 반도의 소유권을 두고 서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전개되지만, 실은 서로의 주장 밑에는 각기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차지한다. 그 이후 무려 6년 동안 이스라엘과 이집트, 그리고 아랍 국가들 간의 크고 작은 전투와 전쟁이 이어진다. 이집트는 시나이 반도의 반환을 요구하였고, 이스라엘은 그럴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1973년 10월 제 4차 중동 전쟁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과 소련의 전쟁으로 양상이 확대되자, 이때부터 평화적인 타결을 향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다.


그리고 1978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지미 카터의 중재 아래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긴 총리 사이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양국 모두 원하는 것은 시나이 반도였고. 하지만 시나이 반도를 원하는 이유는 서로 달랐다. 즉 그들은 서로에게 시나이 반도를 왜 원하는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최근까지도 국제 분쟁 지역에 나타나 갈등을 해결하곤 하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역량이 여기에서 발휘되었다. 그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왜 시나이 반도를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베긴 총리의 손자 손녀 사진까지 준비하며, ‘이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미래를 물려주자’고 감정적인 호소까지 아끼지 않았다.


지미 카터는 ‘미래 세대를 위한 공동의 평화’라는 아젠다를 교묘하게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았고, 그들로 하여금 마음 속 이야기를 유도하였다. 이스라엘 베긴 총리는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언제나 안보의 불안을 느끼는 이스라엘의 처지를 이야기하였고, 이집트의 사다트 총리는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이집트라는 이름만 있을 뿐, 한 번도 자신의 땅을 스스로 통치하지 못한 이집트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조금의 땅도 빼앗길 수 없는 이집트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원하는 것은 시나이 반도로 동일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이스라엘은 안전 보장을, 이집트는 땅을 원했던 것이다. 이제 협상은 간단해졌다. 이집트는 자신의 영토였던 시나이 반도를 되찾고,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를 비무장지대로 하여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받았다.


지미 카터가 능수능란한 협상가라는 사실은 협상테이블은 제 3의 장소 - 캠프 데이비드라는 미 대통령 별장 - 에서, 서로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감성적인 호소, 그리고 협상 목표를 향한 정확한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 제시 등을 통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협상 테이블에서 서로의 입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팽팽한 구도를 이어나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협상이 깨지는 경우, 둘 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고 이 태도를 서로에게 가지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3자의 중재라든가, 협상 장소의 변경, 협상 주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서로 흥미를 느낄 만한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든지 말이다.



I'll Give You All I Can...
I'll Give You All I Can... by Brandon Christopher Warren 저작자 표시비영리



협상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



낯선 장소, 가령 친구의 생일 파티나 처음 가는 동호회 모임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먼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서로의 요구사항을 맞추어 나간다. 한 쪽의 일방적인 원칙에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협상 도구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결국 협상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들 간의 대화이고 약속 과정인 셈이다. 하지만 모든 약속을 다 믿을 순 없는 법.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냉전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이런 격언을 자주 했다고 한다. 


“믿어라. 하지만 검증하라”


먼저 믿어야 한다. 스스로 상대방에서 자신이 신뢰할 만한 협상 파트너임을 보여주기 위해 배려하여야 한다. 역지사지의 태도는 여기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상대방의 원하는 것, 마음 속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경쟁자가 아니라 퇴근 후 오랜만에 만난 믿을 만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유능한 협상가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자마자 협상 주제로 곧바로 돌입하지 않는다. 도리어 시간이 다소 걸리고 돌아가는 듯하지만, 서로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하기 위해 이런저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 즉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나 공통의 관심사를 먼저 꺼내곤 한다. 그런 다음, 상대방으로 하여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상대방을 배려해가며, 상대의 기분이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며 정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원하는 것, 그것을 왜 원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천천히 자신이 생각했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협상 테이블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석하고 상대방의 목표에 도달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짜야 할 것이다. 누군가 희망하는 서로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 양보의 방법, 그리고 협상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해결해주는 차선의,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뛰어난 영업 사원이 고객 가족의 생일을 챙기고, 고객의 취미나 관심사에 열중하는 이유는 자신의 영업 실적이 고객의 마음에 달려 있고 자신이 영업하는 것과는 무관하지만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해줌으로써 자신의 영업 실적이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 따위는 없다. 하지만 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외톨이는 드물다. 유능한 협상가는 협상 파트너를 친구로 만들 줄 알며,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만든다. 그리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고 나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고 예상되었던 결과물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게 만든다. 왜냐면 협상은 서로의 이기심을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가 모두 승자가 되는 협력의 장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북릿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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