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hinking/조직, 리더십

부하 직원을 혼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지하련 2012. 9. 4. 15:17

부하 직원을 혼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마커스 버킹엄과 커트 코프만이 쓴 ‘유능한 관리자First, Break All The Rules’(한근태 옮김, 21세기북스)에서 예로 드는 유능한 관리자들이 공통적으로, 조직 관리에서 첫 번째 원칙이다. 그런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원칙은 애매하기만 하다. 관리자가 되어 부하 직원의 업무 처리를 보면, 지적해야 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어느 경우에는 혼을 내기도 해야 하고 심하게 화를 내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버킹엄과 코프만이 지적하는 바는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 상사나 관리자가 그 부하직원에 맞추어서 혼을 내기도 하고, 비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부하 직원 혼내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주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한 번은 부하 직원을 크게 혼을 낸 적이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 따끔하게 혼을 내었다고 여기고 있던 순간, 그 직원은 큰 소리를 내며 사무실 밖으로 나갔고, 사무실 분위기는 갑자기 가라앉고, 나는 졸지에 무능한 관리자에, 성격까지 나쁜 상사가 되었다. 그 때 이후부터랄까. 나는 마치 콤플렉스처럼 부하 직원에게 화를 내는 건 정말 어려운 종류의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한참 지난 후,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부하 직원을 혼 낸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당신은 좋은 상사인가?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격언이 있다. 어디에서부터 유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술자리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연장자가 되면 이야기는 많이 하지 말고 술을 사면서 아랫 사람, 부하직원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들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귀 담아 듣는 것. 경청. 이것은 좋은 상사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부하 직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것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인내심을 요구받기도 한다. 왜냐면 상사인 당신은 이미 경험한 업무의 어떤 일거나 다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이 때 당신은 부하 직원의 말을 끊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부하 직원의 말을 끊고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 욕구를 참고 부하 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것. 당신이 좋은 상사가 되기 위해 첫 번째로 해야 될 것이다. 


그런데 좋은 상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당신은 어느 날 부하 직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귀담아 들을 수 있을까? 천만에. 어제까지 부하직원의 이야기를 자르기만 했던 당신에게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제 부하 직원들 중 그 누구도 당신에게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듣기 위해선 무언가를 떠드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니 당신은 먼저 부하 직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한다. 


회사에서 끊임없이 공식적인 자리가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공식적인 교류가 이루어진다. 이 자리는 확실히 위계적이다. 그러니 경청을 위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부하직원이 꺼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선 먼저 비공식적인 자리를 자주 가져야 한다. 부하 직원과 자주 점심 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시며, 퇴근 후에도 간단한 술자리를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 먼저 부하 직원에게 좋은 상사로서의 개인적인 애정을 표시해야 한다. 이러한 행동들이 쌓여 당신과 부하 직원 사이에 신뢰감이 싹 틀 수 있다. 



Desert Leader
Desert Leader by Hamed Saber 저작자 표시




부하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는가? 



현대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런 표현을 곧잘 하곤 했다. ‘Do the thing rightly and Do the right thing' 즉 업무를 올바르게 처리하는가, 그리고 올바른 업무를 하는 것. 그렇다면 당신은?


매일 지각을 하면서 지각을 하는 부하직원을 절대로 혼낼 수 없다. 그러니 상사인 당신이 먼저 지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즉 부하 직원에게 혼을 내기 위해선 혼을 내기 위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야 한다. 상사로서, 관리자로서 부하 직원에게 ‘코칭’을 하기 위해선 먼저 코치가 되어야 하고, 멘토링을 하기 위해선 먼저 멘토가 되어야 한다. 


혼내기 위해 당신은 먼저 당신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스스로 업무 역량을 다지고 업무에 있어 기준이 될 만한 가치관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신이 관리자로 있는 부서에 업무 역량이 탁월한 부하 직원이 새로 들어왔다고 치자. 그 직원은 모든 부문에서 당신의 업무 역량을 뛰어넘었다. 그렇다면 혼을 내지 못한 걸까? 


‘자동차 업계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밥 루츠는 ‘빈 카운터스Car Guys Vs. Bean Counters’(홍대운 옮김, 비즈니스북스)라는 책을 통해 자신이 있었던 해병대 예비군 비행대대에서 새로 부임한 지휘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이 UC 버클리, 스탠포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비행대대 장교들을 지휘하기 위해 부임한 이는 말단 소방관으로, 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며,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하여 장교로 임관한 이였다. 


부하 사관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렇지만 여러분이 나라는 사람은 존경하지 않더라도 내가 입고 있는 이 제복과 계급은 존중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비행대대를 이끌어 가는 것은 내가 아니라 여러분입니다. 그리고 나는 여러분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고졸 출신의 퇴역 장교의 솔직함 위로 군대의 기본과 원칙, 그리고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그의 비행대대는 1년 후 최고의 부대로 선정되었다. 


밥 루츠가 우리에게 이야기해준 일화에 근거하자면, 부하 직원을 혼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관리자의 솔직함, 업무 수행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태도, 그리고 조직(회사)를 위한 공동체 의식이 될 것이다. 



Wooden ship on the Rupsa River (Bangladesh)
Wooden ship on the Rupsa River (Bangladesh) by joiseyshowaa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부하 직원을 효율적으로 혼내는 네 가지 원칙 



부하 직원을 막무가내로 혼을 낼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종종 관리자들은 그런 실수를 하곤 한다. 부하직원의 사소한 실수에 큰 소리로 화를 낸다든가, 서투른 감정적인 대응으로 부하직원과의 관계를 해치기도 한다. 그러니 혼을 내는 데에도 적절한 방법이 있고, 자기 스타일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먼저 많은 이들이 권하는 첫 번째 원칙은 둘 만의 공간에서 혼을 내고 질책하라는 것이다. 1 대 1로 이야기하면서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모든 구성원들이 다 보고 듣는 공간에서의 질책은 도리어 해당 직원을 창피하게 만들고 심할 경우에는 모욕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두 번째, 업무에 초점을 맞추어 혼을 내어야 한다. 회사란 업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두루뭉술하게 부하 직원의 성격에서 기인한 모자란 점을 대놓고 지적하곤 한다. 이러한 지적은 도리어 부하 직원의 반감을 불러오고 실제 업무 수행의 부족한 점을 개선시키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업무 수행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하고 그것을 개선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비판은 짧게 하자. 많은 이들이 부하직원을 질책하는 시간으로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조언하곤 한다. 10분을 넘어간다면, 그건 비판이 아니라 불필요한 잔소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혼을 내는 와중에도 당신의 눈과 귀는 부하 직원을 향해 열려있어야 한다. 부하 직원을 혼내는 이유는 부하 직원의 성장을 위해서이지, 상사의 불만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평소의 목소리 그대로 혼을 내어야 한다. 감정적인 태도는 감정적인 대응을 부를 뿐이다. 그러니 혼을 낼 때는 평소의 목소리로, 딱딱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상사가 된다는 것, 관리자가 된다는 것, 그건 리더가 된다거나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상사가 되고 관리자가 된다는 건 부하 직원의 업무 처리에 대해서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하고 장기적으로 부하 직원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먼저 좋은 상사, 유능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부하 직원과의 신뢰가 쌓인 후에 따끔하게 혼을 낼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큼 부하 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 글은 북릿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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