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팀 아이텔 Tim Eitel

지하련 2012. 9. 22. 03:32

Tim Eitel - Solo Exhibition

The Placeholders

2011. 9. 2 - 10. 23, 학고재 







(이 철 지난 리뷰를 용서하시길... ) 


현대는 본질적으로 외로운 시대다. 자신만만하던 데카르트적 자아가 그 본연의, 바로크적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사라진 의미 위로 부유한다. 마치 스스로의 결연한 의지로 대화하지도, 타인과의 의사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귀에는 이어폰을, 손에는 스마트폰을, 시선은 작은 액정 화면에 고정시킨 이들이 우리는 너무 자주 만나게 된다. 소니의 워크맨이 최초로 나왔을 때, 독일의 '슈피겔'(Der Spiegel) 지에선 "인간 상호 간에 의사소통도 사라질 수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실었듯이, 그러한 이들이 현대 문명 속에서 소리없이 일어나고 이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대는 거친 홍수에 떠밀려 대화는 사라지고 외로운 몸짓만 남게 된다. 





팀 아이텔의 작품은 그러한 시대의 반영이라고 할까. 공허해지는 배경 위에 인물이 즉물적으로 놓여진다. 살아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혼자 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거나, 볼을 꼬집어 고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눈맞춤이거나 대화이다. 


하지만 팀 아이텔의 작품 속에 그것은 빠져있고, 그의 풍부한 회화성 너머 남는 것은 쓸쓸한 현대의 풍경이다. 의미는 캔버스 속에서 추상적인 형태로 깃들고 평면성, 인물의 즉물성, 연극성 등으로 포장된 비평 언어로 포장되겠지만, 결국은 혼자 있음에 대해 그 어떤 반항도 없고 묵묵히 수용하는 현대인의 숨겨진 뒷걸음질이 가지는 슬픔일 뿐이다. 그래서 팀 아이텔의 작품은 매력적인 것일까. 숨기고 싶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니 말이다. 





팀 아이텔,

GfZK schwarz, 

Oil on canvas, 180.3x240cm, 2001 

 




팀 아이텔, 

Schwarzer Sand, 

Oil on linen, 261x189.9cm,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