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사카구치 교헤 Sakaguchi Kyhei -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예술, 혹은 건축

지하련 2012. 10. 24. 00:47



(출처: http://www.pop-group.net/blog/nishiumi/2012/08/zurich-30-hours.html)



되도록이면 여유를 가지고 방해 받지 않으며, 생각에 잠겨 있고자 하지만, 내 일상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원고 청탁이라도 받으면 청탁 받은 주제에 대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가족의 허락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선 집, 회사, 집, 회사, 또는 술자리나 저녁 약속이 무한 반복으로 내 앞에 버티고 서 있으니, 개인적 시간은 사치스러울 지경이다. 연극평론가 안치운 선생도 집 안에서의 자기 존재에 대해 적기도 했다. 가족의 일상과 무관하게 책 읽고 글 쓰는. 


가족이 모두 잠 든 한밤 중 시간이 유일하게 나에게 주어지는 개인 시간인데, 요즘은 왜 그리 졸린 지, 잠이 많은 내가 미워지기도 한다.


오늘 나는 사카구치 교헤Sakaguchi Kyohei라는 일본 예술가를 알게 되었다. 우연히 읽게 된 어느 잡지(LIG 아트센터 매거진)에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를 돌이켜보았다. 


요즘은 뭐랄까, 좀 트렌드에 뒤쳐진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혹은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이랄까, … 그러면서 동시에 비-창의적이고 구닥다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사카구치 교헤의 태도를 보면서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고 할까. 그의 생각과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거꾸로 보는 것,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  


잡지에 실린 인터뷰 일부를 옮긴다.

(그는 지난 여름, 제 14회 서울변방연극제에 참여하였고, 인터뷰는 그 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 저는 거리에서 사는 그 분들을 ‘도시형 수렵채집자’라고 부릅니다. 


- 그 분들은 거리에서 재료를 채집합니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생산물이 아니라면서 무시하곤 하죠.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우리는 무언가를 새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도시에 이미 많은 재료가 있으니까요. 쓰레기가 새로운 재료로 바뀌는 곳, 이것은 무언가를 사냥하는 것과 같아요. 내가 무언가를 찾아냈다, 유레카! 그럴 때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것은 아주 건강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 나는 ‘생각’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생각의 가능성’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눈에 보이는 공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간에 흥미가 있습니다. 또한 그것을 만들고자 합니다. 사람의 생각에 의해 공간은 시작되니까요. 


-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제가 처음 천막에 사는 분에게 ‘집이 너무 좁지 않아요?’라 물으니, ‘이거 집이 아니야’라고 답했습니다. ‘이건 침대인데’하면서 도서관으로 나를 데리고 가더군요. 그 곳은 책장이라고 불렀습니다. 공원에서는 벤치에 앉아서 여긴 거실이라고,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통을 가리켜 이건 콘센트라고, 푸른 하늘은 지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처럼 생각의 틀만 약간만 바꾸어도 뭔가를 건축하지 않고도 세상을 자신의 공간 요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이것은 곧 살아 남기 위한 기술을 만든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것으로 세계를 바꾸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 있어서는 혁명입니다. 눈 앞에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에 대해 다들 눈치 채고 직접 느끼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층위로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허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고 합니다. 



그의 예술 활동은, 그의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행동이자 실천이다. 일본 정부로부터 1엔도 받지 않았다는 그는, 생각대로 실천한다. 아래 그의 여러 작품들을 옮겨보았다. 시각 예술 작품이라고 하기엔 미적 완성도가 없고 도리어 일종의 연극이며 행위 예술으로 보고 싶지만, 그러기엔 그는 반-시간적이다. 연극이나 행위 예술은 정해진 시간 안에 일회성으로 끝난다면, 그의 작품은 그것들과는 반대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예술적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은 '반-시간 예술'인 셈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엄밀하게 조형 미술적 형태를 가진다.  


   



The House Bike 2001 

http://www.0yenhouse.com/en/The_House_Biker/  

(오토바이 뒤에 싣고 다니다가, 아무 곳에서나 내려서 살 수 있는 이동식 집이다)





움직이는 집 ( A Mobile House)

http://blog.naver.com/mtfestival/100160421189 

(14회 서울변방연극제에 참가한 작품이다)






짓지 않는 건축가, 사카구치 교헤 

http://magazyn.co.kr/11037 

(이 인터뷰는 LIG 아트센터 매거진보다 더 상세하다.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움직이는 집’ 제작 워크숍, 7월 6일(금) 오전 10시 - 야간 / 동숭동 아르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