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제 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Mediacity Seoul 2012

지하련 2012. 11. 4. 00:57


제 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Mediacity Seoul 2012 

너에게 주문을 건다. 

9.11. Tue - 11. 4. Sun

서울시립미술관, 디지털미디어시티 홍보관(DMC Gallery) 




2년에 한 번씩, 우리는 서울에서 세계 미디어아트 트렌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는 놓치기 어려운 미술 전시임에 분명하다. 이번에도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고, 무수한 작품들 속에 마음에 드는 작품 한 두 점 이상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각각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서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니, 내 눈에 들었던 작가와 작품 몇 점을 소개한다. 특히 틸 노박은 1980년 생으로 앞으로 작업들이 궁금해졌다. 


아래 원고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웹사이트에서 가지고 온 것이며, 사진은 출처를 밝혔다. http://www.mediacityseoul.kr/ 







출처: http://www.mediacityseoul.kr/ 



제니 홀저 Jenny Holzer - 정치에 관하여

(텍스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 모래알이 있는 풍경> 중 ‘우리 시대의 아이들’에서 발췌)

2008

흑백 피그먼트 프린트, 152.4 x 190.5 cm / 60 x 75 inch



미국 오하이오 출신인 제니 홀저는 1970년대 후반 뉴욕으로 거취를 옮긴 시점부터 추상회화와 판화에서 텍스트를 사용한 개념 미술로 전향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이 써낸 짧은 경구 모음인 < 트루이즘>, < 생존> 등과 같은 텍스트 시리즈뿐 아니라 다른 문인들로부터 인용한 텍스트를 LED나 라이트 프로젝션과 같은 가장 동시대적이면서도 상업적인 매체로 표시하면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언어는 작품의 형식적 요소이면서 동시에 의미의 전달을 통해 강력한 효과를 생산한다. 뉴욕 시내의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면서부터 홀저의 작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광고, 뉴스와 예술작품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였다. 심지어 LED 전광판을 조각적 매체로 변환시키는 작업은 건축적 공간의 경계를 해체하면서 장소와 관람자의 관계 역시 모호하게 한다.

 

프로젝션에 사용된 텍스트들을 대부분 작가가 만들어낸 13개의 텍스트 시리즈(1977-2001)에서 가져오기도 하지만 다른 문인들의 시나 작품에서 차용되기도 한다. 작가는 2004년 뉴욕에서의 프로젝션 작업을 기점으로 폴란드 출신 시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작품을 텍스트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두 개의 프린트 가운데 하나는 런던 시청 위에 쉼보르스카의 < 우리 시대의 아이들>을 프로젝션 한 < 정치에 관하여>이고, 다른 하나는 이라크의 시인 파딜 알-앗자위의 < 야수의 계곡>과 미국 시인 제임스 쉴러의 < 프릭으로 돌아오다. 날씨>를 뉴욕의 건물들에 프로젝션 한 2006년 작 < 당신을 죽일 것이다/나는 막강한다>이다. 홀처의 이 작품들은 차용된 텍스트들이 도시의 공간 및 건축물에 개입하면서 어떻게 새로운 정치적, 미학적 맥락들을 파생시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http://www.transmediale.de/node/20704


틸 노박 Till Nowak - 원심력 체험

2011

필름/비디오 - 3분


틸 노박의 디지털 창조물들은 놀이공원의 기구들에 대한 어린 시절의 매혹들을 재생시킨다. < 원심력 체험>은 일곱 개의 비디오 클립 및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작업으로, 장난감처럼 장식된 거대 로봇 공학적 기계들이 중력에 반하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여준다. 디지털 매체로 다시 태어난 이 놀이 기구들은 현실로부터의 탈출, 그리고 행복과 자유의 탐색을 상징한다. 작품의 원제목이자 ‘원심력’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 ‘Fliehkraft’는 탈출을 의미하는 ‘Flieh’와 힘을 의미하는 ‘Kraft’의 합성어이다. 한편 이 기계들은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시각 미디어의 아이러니컬한 입지를 재현한다. 노박은 단순한 아마추어용 카메라로 녹화한 영상을 디지털 기술로써 조작 및 증강한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영상에 대응하는 일곱 개의 건축 도면들은 실제적인 기술 정보를 보여주지 않는다. 도리어 이 드로잉들은 현실이 무엇인지 반문하고, 나아가 우리 문명에 대한 패러디를 제공한다.



(* 아래 영상은 틸 노박의 다른 영상물임. 다소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출처:http://www.mediacityseoul.kr/ 


정연두 -  식스 포인츠

 2010

 28분 44초,  싱글채널 HD 비디오, 사운드



정연두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실사로 이루어진 연출사진들이다. 이 이미지들은 사람들의 판타지, 꿈, 희망이나 연극적인 상상들에 기반하고 있다. 사진이 지니고 있는 ‘증거’로서의 특성은 이러한 비현실적 생각들이 일단 사진으로 번역되었을 경우 마치 실제로 실현된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현장치로서의 사진에 작가는 눈에 보이는 무대장치들을 삽입함으로써 ‘증거’ 대신 ‘드라마’에 훨씬 주목하도록 한다.

Six Points는 정연두의 사진들 가운데 처음으로 컴퓨터 합성을 시도한 작품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촬영한 뉴욕의 거리 사진을 길게 이어 붙여 천천히 패닝하는 동영상 카메라의 움직임을 재현해 낸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이전의 < 수공기억>에서 인터뷰를 다루었던 것처럼 어떤 인물들의 목소리가 더빙되어 있다. 즉 뉴욕의 소수민들이 거주하는 6개의 구역들(잭슨 하이츠의 인도마을, 멀베리 & 켄모어의 리틀 이탤리, 모트 스트리트의 차이나 타운, 32번가 코리아 타운, 루즈벨트 에비뉴의 남미마을, 브라이튼 해변가의 러시아 공동체) 각각에 살고 있는 불특정한 인물들의 독백이 그것이다. 이 인물들은 자신들이 떠나온 고국과 타지에서의 삶이 주는 긴장감, 두려움, 희망 등에 대해 토로한다. 연극의 대사처럼 다루어진 이 독백들로 인해 영상의 흐름은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내재하고 있는 공간들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출처: 직접 찍음 


로미 아키투브 Romy Achituv -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2012, 뉴미디어 설치 작품

크기 : 가변 크기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는 부조리한 희곡의 부조리한 제목이다. 상상해보라. 거의 장님에 잘 듣지도 못하는 쇠약한 노인이 반쯤 술에 취한 채 너저분한 방에 홀로 쭈그리고 앉아서 바나나로 끼니를 때우며 자신의 목소리가 녹음된 옛날 테이프들을 틀고 있는 모습을, 그것도 녹음의 상당부분이 그 이전의 테이프들에 대해 언급하는 테이프를. <로버트 해치>

 

베케트의 단막극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의 비디오 퍼포먼스를 한 줄기의 꿀로 ‘코드전환’을 한 이 설치작업에서 약 3미터 높이에서 흘러내리는 ‘꿀줄기’는 연극의 내러티브에 반응하며 지진계가 진동하듯 흔들린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꿀 웅덩이의 표면에 덧없는 흔적을 남긴다. 이 작품은 퍼포먼스의 모든 순간과 그에 동반하는 소리들뿐만 아니라 밀도 있게 채워진 침묵과 멈춤에도 촉감 가능한 형태를 부여한다. 이 물리적인 인코딩은 베케트가 현존을 통해서 “말하는” 것만큼이나 부재를 통해도 “말하는” 방식을 강조함으로써 연극의 구조적 역동성을 부각시킨다.

꿀이 흘러내려 투명한 통 안에서 서서히 뒤섞이는 과정에서 꿀을 담는 용기는 ‘데이터 옮겨 적기‘를 하듯 침전물의 층을 축적하면서 퍼포먼스를 구체화하게 된다. 그러나 꿀은 작품의 “지질학적 데이터 지도”를 만들기 보다는 용기 속에서 뒤섞이고 어우러지면서 분리 불가능한 덩어리라는 볼륨으로 재구성된다.

이 “해석된 데이터”는 꿀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되돌아감에 따라 시각적인 동시에 상징적으로 그것의 물리적인 운반자인 꿀로 다시 환원된다. 그리고 모든 해석의 전략은 다시 열린 채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