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하련 2013. 2. 18. 14:09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10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8.0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지금), 김태훈(옮김), 8.0 



'협상' 관련 책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협상'에 능한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아니면 '협상'이라는 과정이 우리에겐 익숙치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매순간이 협상의 연속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협상'에 관한 몇 권의 책들과 관련 보고서들을 읽고 난 다음,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결론은 '내게 맞는 협상 스타일'을 찾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내게 맞는 옷을 입어야지, 책에서 나온다고 그대로 옮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어색해지기만 하여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 책은 '협상'과 관련된 책들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책에 속한다. 내가 추천하는 협상 책에는 리처드 셸의 '협상의 전략',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도 좋은 책이다. 특히 쉽게 읽히면서 대중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협상을 대단히 난해하고 기술적인 방법이 이용되거나 전문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협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의사소통의 실패이다. 그리고 의사소통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인식의 차이다. (63쪽) 


저자는 협상이란 대화이며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며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의사소통 실패를 불러오는 인식 차이를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며, 상대방에게도 손해보지 않고 도리어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상대방에게 그런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대표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프레이밍'이다. 그런데 이건 도리에 맞게끔 상대방이 행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지 않은가. 


표준을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프레이밍이다. 여기서 프레이밍이란 상대에게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 즉 표준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뜻한다. (93쪽) 


책에서 언급된 사례를 인용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셰너즈 길Shehnaz Gill은 PNC은행의 실수로 부당한 수수료를 물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매니저에게 "PNC의 실수로 발생한 수수료인데, 고객에게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매니저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매니저로서 은행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셰너즈는 '고객을 위해 해결책을 만든다'라는 PNC의 광고내용을 언급했다. 그리고 PNC가 어떻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인지 물었고 결국 수수료를 환불받았다. (95쪽)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기준(표준)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것, 그것이 프레이밍이다. 이 기법에서 우리는 저자의 입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협상'이란 서로 알아가면서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가치의 교환을 이야기하고 감정의 공유를 강조한다. 가치의 교환이라고 해서 동등한 가치를 지는 협상의 소재/주제 뿐만 아니라, 상대를 배려한다는 느낌이나 협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요구나 관심사까지 아우를 수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협상에 들어가기 전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느냐도 협상의 승패에 큰 요소라도 말한다.

이 책의 미덕은 협상이란 지극히 상식적인 태도 위에서 움직이며, 그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처럼,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원칙에서 시작함을 강조하는 데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거부감이 없으며, 도리어 협상이란 일종의 삶의 태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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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과 관련된 이전의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