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흩날리는 봄날의 문장.들.

지하련 2013. 4. 23. 11:14


아직도 오열을 터뜨리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미가 아니라 오로지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퇴폐 뿐이다. ... ... 따라서 모든 강박 관념과 상반된다 할지라도 이같은 가증스러운 추함이 없이 지낸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 조르주 바타이유



과연 그럴까? 하긴 아름다움은 오열을 터뜨리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퇴폐로 인한 상처는 오열을 불러올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니 바타이유의 말이 맞는 걸까. 그렇게 동의하는 나는 그러한 퇴폐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일까. ... 


아련한 봄날, 외부 미팅을 끝내고 잠시 걸었다. 부서지듯 반짝이는 봄 햇살 사이로 지나가는 도심 속 화물열차. 바쁜 사람들 사이로 새로운 계절이 오는 속도처럼 느리게 지나쳤다. 그 사이로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잠시 서고, 시간이 멈추고, 도시는 그 정체성을 잠시 잃어버렸다. 






그러면 죽음에 대한 나의 공포는 삶에 대한 질투에서 온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나는 내가 죽은 뒤에도 여전히 살아있을 사람들, 꽃과 여자에 대한 욕망이 살과 피로 된 의미를 갖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을 사람들에 대하여 질투를 느끼는 것이다.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기에는 삶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질투를 느낀다. 

- 까뮈, '제밀라의 바람' 중에서



 얼마 전에 읽은 김경주의 '밀어' 덕분에 몇 명의 저자와 몇 권의 책을 알게 되었다. 까뮈의 저 산문도 알게 되었는데, ... 이번 봄, 까뮈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상으로 내 가족의 생계가 유지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면 나는 정처없이 피폐해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들었다. 그냥 지금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워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