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13년 부처님 오신 날 - 국립현충원 호국지장사

지하련 2013. 5. 18. 23:10


종교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신 - 초월적 존재 - 를 부정하지 않으나, 칸트의 생각처럼 우리의 시대는 저 먼 세계와   거대한 단절이 있고 그 사이를 왕래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탓에, 무교에 가까운 나에게 절은 그저 관광지에 지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부처님 오신 날, 아내가 절에 가자고 했다. 작년엔 뭘 했나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절이라~ ... 하긴 긴 연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한 나에게 선택지란 없는 걸까. 





국립 현충원 안에 제법 큰 절이 있다고 했다. 국립 현충원은 입구만 보았을 뿐이고 그 안의 절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호국지장사' ... 





부처님 오신 날이라 사람들로 가득했다. 불심 가득한 신자들도 있었고 믿을만한 것들이 사라지는 21세기 어느 반도의 봄,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기대기 위해 온 사람들도 많은 듯했다.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절 안 가득 불경 읽는 소리와 목탁 소리, 간간히 들리는 종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불경 읽는 소리였던가. 


길게 늘어선 사람들 끝에 서서 기다린 끝에 절 밥을 먹고 내려오는 길, 현충원 내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었는데, 가끔 나들이 나오기 좋은 곳임을 알게 되었다. 





멀리 푸른 나무들과 아파트들이 보이는 것이 여긴 서울이 아닌 듯 싶기도 했다. 현충원 입구에서 위로 올라올수록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잔디밭이 있어서 ... 아래에선 언덕 위의 풍경을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입구 쪽에는 그늘이 없어 걷기 부담스러웠지만. 





언덕 뒤로 사당동과 상도동의 번잡스러운 풍경이 펼쳐져 있을 테지만, 시선은 그 곳에 가닿지 않았다. 서울에서 가장 좋은 명당이니까. 원래 중앙대 터를 여기로 잡았는데, 누군가가 이 터는 현충원 터가 될 터이니, 그 뒤로 잡으라고 했다고 들었다(학교 다닐 때 어느 교수가 강의 중에 했던 말인 듯싶은데, 기억은 나질 않고.. ). 


 


사진을 찍고 여기저길 돌아다니는데, 도통 정리를 못하고 있다. 이런 식 - 블로그에 올리기 - 으로라도 정리를 해놓아야 겠다. 조만간 최근 일본 여행 기록도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