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크리스텐슨의 책을 덮으며

지하련 2014. 1. 17. 14:26


매년 40권에서 5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2012년 회사 이직 등의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 30권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독서모임을 했던 것이 그나마 일정한 독서 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3년에는 운영하지 못했고 얼마 되지 않던 회원들은 소원해졌고 책 읽기의 강제적 조건 하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어제 작년에 읽은 책 권수를 세어보았다. 아, 20권 수준이었다. 예전에 나는 '느린 독서와 빠른 독서'라는 글을 통해 책 권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적은 바 있다. 하지만 20권 남짓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올해는 정상적인 수준 - 1주에 한 권 - 으로 회복하자고 마음먹었다. 




작년말부터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미래 기업의 조건 Seeing What's Next>>를 읽기 시작해 며칠 전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 책에 대한 리뷰는별도로 올릴 것이지만, 짧게 언급하자면, 클라이튼 크리스텐슨 - 경영 전략 부문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하버드대 교수 - 의 경영이론서다. 2004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많은 시사점을 구할 수 있다. 경영이론서인지라, 서두에 그의 경영 이론이 나오고 뒤는 적용되고 해석된 사례를 적고 있다. 


그런데 책이나 이론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인지라, 크리스텐슨의 전략 수립 모델이 가진 정교함과 탁월함에 감탄하면서도, 실제로 그의 모델을 적용해 사업 수행을 하더라고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특히 그의 불균형(asymmetry) 이론은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전작 <<성장과 혁신 The Innovator's Dilemma>>을 읽었는데, 왜 아무런 것이 떠오르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어제 우연히 서가에 발견한 <<성장과 혁신>>을 꺼내보니, 서두 부분만 읽다가 읽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읽은 지 7-8년이 지나 기억이 나지 않나, 아니면 크리스텐슨이 학술적으로 적는 스타일이라, 그 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생각했더니, 초반만 읽다가 그만두었던 것이다. 


크리스텐슨의 책 두 권 아래 있는 것은 청림출판에서 나온 <<거짓말의 힘>>이다. 이 책은 어제 읽기 시작해서 어제 다 읽었다. 솔직히 입에 거품 물고 읽어라고 하고 싶은 책이다. 나는 이토록 야하면서 도발적이고, 대놓고 "거짓말해"라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솔직하고 진실된 책을 본 적이 없다. 이 책의 리뷰도 조만간 올릴 것이다. 


2014년이 시작되고 난 다음 4권 정도 읽었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한 권의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으니, 권 수를 채운 느낌이 있긴 하지만. 여하튼 시작이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