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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바티칸 박물관 전 Musei Vaticani - 르네상스의 천재화가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12. 12. 08 - 2013. 03. 31 




대체로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는 실망스럽다. 일반에게 잘 알려진 대중적인 소재- 인상주의나 바로크, 르네상스 등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 로 진행되는 기획 전시의 대부분은 복제화임을 밝히지 않는 작품들과 해외 미술관에서 대여하기 쉬운 유명 작가의 평범한 작품들로만 구성되고, 떠들썩한 매스미디어 홍보와 강남이라는 지리적 장점을 살린다. 


그러나 이는 미술 전문가의 입장일 뿐, 일반 대중의 입장은 아닐 것이다.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를 본 것이 아니기에 전시를 보러가지 말라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좀 더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상업적인 전시로만 흐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혼잣말: 그런데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몇몇 전시들은 너무 형편없어!!) 


2012년의 한국 사람이 15세기 경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품을 보고 감동받는다면, 그건 한 마디로 오버다. 우리의 마음은 몇 세기를 횡단하며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예술가의 마음을. 실은 현대 예술가의 마음도 잘 알지 못하면서 15세기 이탈리아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한다면, 참으로 난감하다. 


다만 감동받기 위해 적절한 자기 기만 - ‘나는 15세기 르네상스 사람이야’ - 과 15세기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생활, 그리고 그 당시의 철학이나 문학 등 시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전시를 보러 가는 목적은 예술 작품을 보고 즐기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수행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적긴 하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이 전시는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웠으나,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역시 오래된 대리석 건물 안에서 봐야 제 맛이다. 실제로는 우리 눈 높이가 아니라 보다 높은 곳에서 우러러 보게끔 구성되어야 한다.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은 르네상스 세밀화가 어떤 작품인가를 알게 해준다. 그의 화사한 색채와 정교한 표현은 르네상스 시대의 건강한 신앙심이 만드는 위대한 작품이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Fra Angelico, 

The Annunciation, the interior reproduces that of the cell in which it is located.

1437-1446, fresco, Museo San Marco

출처: http://commons.wikimedia.org/



복자(Beato) 안젤리코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는 구이도 디 피에트로는 예술과 도덕 자질이 빼어났고, 도미니크 수도원에 들어가 조반니 수사라는 이름을 받았으며, 수도원에서 세밀화나 그림을 그리는 데 헌신했다. "그리스도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언제나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러야 한다"는 신념으로 한평생 성화를 그린 천사 같은 수도자를 사람들은 '프라 안젤리코'(천사와 같은 수사)라고 불렀고 교황 요한 바오르 2세는 그를 시복하고, 1984년 카톨리 예술가들의 수호자로 선포했다. 하얀 장미를 들고 있는 인자한 성모와 천진하기 그지 없는 아기 예술의 모습. 성인들과 천사들의 선한 표정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성모와 아기 예수>는 프라 안젤리코의 혼과 영성이 깃든 걸작 가운데 하나다. (전시 설명 중에서) 




Fra Angelico, Madonna With Angels And The Saints Dominic And Catherine, C 1437 Tempera On Panel, 23 X 18 Cm Pinacoteca Vaticana, Vaticano, Rome (전시 작품)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fabien-moulin/4152765254/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의 이 목판에는 바람에 잔뜩 부풀어 오른 하얀 돛단배가 폭풍에 휩싸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어떤 선원들은 배를 가볍게 하려고 물을 퍼내고 있고, 한 사람은 돛대에 매달려 있으며, 또 한 사람은 기도하듯 손을 모아 하늘을 우러르며 도움을 청하고 있다. 위에서는 성 니콜라스가 구해주려고 나타난다. 성 니콜라스는 3세기와 4세기 사이에 소아시아에서 살았고 리키라 지방 미라(오늘날의 터키)의 주교였다. 수많은 기적을 행했다는 이 성인은 어린이들과 가난한 이들과 선원들의 수호자로 여겨져 왔다. 성인의 무덤이 있었던 곳에서 시작된 성인 공경 신심은 비잔틴 세계에 퍼져나갔고, 그 후 서방에 이르기까지 큰 공경을 받았다.이탈리아, 독일, 북아메리카 민간 전통에 등장하는 산타클로스라는 착한 인물은 성 니콜라스에게 영감을 받은 것으로, 이제는 그리스도교 세상 밖에도 알려져 성탄절이면 어린이들이 선물과 과자를 기다리며 양말을 걸어 두기도 한다. (전시 설명 중에서) 



난파하는 배를 구하는 성 니콜라스_젠틸레 다 파브리아노, 1425 (전시작품)

출처: http://www.font.co.kr/typostory/typonews_view.asp?search_idx=29


15세기 초에 활동하던 젠텔레 다 파브리아노(Gentile da Fabriano,1370/80-1437)는  중기 르네상스 작가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딱딱하다. 아마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동적이며 유려한 '난파하는 배를 구하는 성 니콜라스'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작품들의 일부분은 고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인다. 하나의 작품으로만 보자면,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는 전성기 르네상스를 예감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Gentile da Fabriano. The Presentation at the Temple. From the predella of the alterpiece in the Strozzi Chapel at the Church of Santa Trinita in Florence. Tempera on wood. Louvre, Paris, France.



그리고 채 100년도 지나기 전에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본다면, 예술에 있어서의 혁신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된다. 미술사에 매혹되는 건 이런 비약적 발전의 원동력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될 때이다. 갑자기 고딕에서 르네상스로 갈 수 없다. 다만 둑이 무너지듯이 어떤 물결이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며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 순 있었을 것이다.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에서 라파엘로 사이에는 이러한 광폭한 물결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후대사가들은 작은 범선의 부풀어 오른 하얀 돛의 자연스러움에서 앞으로 전개될 예술 양식 상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추정할 뿐이다. 




Raffaello Sanzio, Theological Virtues1507

oil on panel, Height: 16 cm (6.3 in). Width: 44 cm (17.3 in). (each) (일부 전시)

출처: http://commons.wikimedia.org/




오래 전에 본 전시 리뷰를 새삼스럽게 올리다 보니, 르네상스 작품들을 보지 않은 지도 꽤 되었음을 깨닫는다. 저녁에는 몇 년만에 르네상스 화집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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