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미학연습

유행하는 인문학 담론, 그리고 일상에서의 실천.

지하련 2014. 3. 4. 00:04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다행스러워 할 줄 그 땐 몰랐다. 막상 직장 생활을 해보니, 이 자본주의라는 것이 정말 공포스러운 괴물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잠재태/능동태를 이야기한다거나 미켈란젤로의 시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낯설고 이상한지, 심지어 갤러리에 가서 작품을 보고 옆에 서 있는 작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저 세상 일임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혹은 우리가 바라는 바 변화란 '이론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서 이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도, 나랏일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며, 심지어 농부는 곡식이라도 생산해 보탬이 되는데,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학자들은 말만 앞 세우며, 도리어 나랏일에 참견하며 방해될 뿐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한다.


오늘 읽은 진태원 교수의 논문 관련 기사.  "비판적 사유의 미국화, 이론과 실천의 괴리 불러"

그는 현재 유행하는 인문학 담론들이 미국을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미국화된 담론을 세계적인 것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은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것이 아닐 것이다. 


진 교수는 이러한 '괴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이런 담론들, 특히 지제크, 바디우, 아감벤의 이론적 성격을 분석한다. 진 교수는 "해방의 정치를 제도정치 바깥에서 찾고 있는 점"과 함께 '좌파 메시아주의'를 이들의 특징으로 규정한다. 이는 "이들이 자본주의 및 자유민주주의 체제와의 급진적이고 전면적인 단절을 주장할 뿐 아니라, 이를 기독교 전통에 대한 재독해에 기반해 혁명적 사건성의 관점에서 해명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이러한 메시아주의 정치는 매우 사변적인 정치철학"이라며 "이들 중에서 누구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나 국가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제시하지 않으며, 그것에 맞설 수 있는 대안적인 운동이나 조직에 관한 구체적 성찰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변성'이 바디우의 '대상 없는 주체', 지제크의 '신적 폭력', 아감벤의 '계급 없는 사회' 등의 개념에서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기사 중에서 인용)



진태원 교수의 의도는 현실적인 고려나 실천적 방안의 제시 없는, 사변적 이론가들의 유행를 질타하기 위함이겠지만, '비판적 사유의 미국화'는 좀 뜬금없어 보인다. 진태원 교수가 보기에도 참 문제 많은 유행이겠지만... 

(몇 권 읽지 않았지만, 리뷰하자면, 지젝은 센스있게 얄팍하고 바디우는 정말(혹은 과격하게) 사변적이고 아감벤은 그래서 뭘?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