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오늘의 미술

브랜든 테일러 지음, 송기매 옮김, 예경, 2002

 


 

1970년대 이후의 현대 미술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화가가 나오고 너무 많은 용어가 나온다. 당연, 이 책의 결론은 "혼란스러움"이다. 그러나 이를 '혼란'으로 볼 수도, '모색'으로 볼 수도 있다. 

 

모더니즘의 대안, 회화와 정치, 형식의 도난, 미술관 속의 미술, 정체성 이야기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은 현대 예술가들의 다양한 실험과 고민들을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편견없는 시각에서 서술하고자 하는 저자의 이러한 노력은 이 책이 다소 밋밋하게 읽히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다.

 

2004년 문학동네 겨울호에서 가라타니 고진이 '문학'에 대해 다소 고전적인 발언을 한 강연 원고가 실려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말, 문학은 실천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이상하고 낯선 말처럼 느껴지는 데에는 환상을 자극하고 현실을 뒤로 숨기려는 대중 매체의 영향이 큰 듯 보인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현대 미술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다. (가라타니 고진의 언급은 별도의 책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다니엘 뷔렝은 197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중앙에 두 조각으로 이루어진 줄 무늬 그림(아크릴,천)을 걸어놓았다. 그리고 전시 도중 미술관 측에 의해 철거당했다. 뷔렝은 '미술관 중앙에 걸려 있는 작품은 자기 도취적인 건축물 속에 모든 것을 종속시키려는, 건물 속에 감춰진 은밀한 기능을 여지없이 폭로한다'라고 말했다.



다니엘 뷔렌, <내부(구겐하임 미술관 중앙)>, 1971, 천에 아크릴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억압적인 기구로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1970년대는 시작한다. 후기산업사회라는 시대 속에서. 그리고 이 책은 정체성의 문제를 마지막 챕터로 소개한다. 1992년 에이즈로 죽은 데이비드 보냐로비치는 동성애에 일련의 작품들을 제작한다. 

 



Fuck You Faggot Fucker

David Wojnarowicz, 1984.

Black-and-white photographs, acrylic, and collage on masonite

48” x 48”.

Collection of Barry Blinderman, Normal, Illinois.



Untitled

David Wojnarowicz, 1992

실버 프린트에 실크스크린

4개의 에디션, 96.5*66cm 



책에 실려 있는 <무제>(1992년도 작)라는 작품은 실버 프린트에 실크스크린으로 제작되었으며 작품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때로 나는 사람들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미워하게 된다. 나는 텅 비어서, 완전하게 비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는 것은 모두 시각적 형태, 나의 팔과 다리, 내 얼굴, 내 키와 내 자세, 그리고 내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목소리이다. 그러나 나는 너무 심하게 비어 있다. 정확히 1년 전의 나의 모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품을 발표한 그 해 그는 에이즈로 죽는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들은 '정치적'이다. 어딘가 뒤틀려있고 불만이 많으며 호소할 대상이 사라진 시대의 호소의 몸짓들을 보여준다. 실린 작품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구입할 필요가 있겠지만, 책을 읽고 얼마나 공감하게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 * 


2014년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살펴본다는 것은 참 흥미롭다. 가령 이런 작품. 



Boyd Webb

<Nourish>, 1984

1.5 * 1.2m, 단색사진, 사우스 햄프턴 미술관 


보이드 웹의 이 사진은 고래의 젖꼭지를 빨고 있는 남자를 보여주고 있다. 책의 설명에는 '고래의 피부는 낡은 고무로 된 모형이고 젖꼭지는 인디언 채소(?)이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 * 


그리고 에이즈가 지금도 사회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지면에서 사라지자 마치 그 문제가 사라진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은 흥미롭기만 하다. 


데이비드 보냐로비치의 작품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visualaids.org/artists/detail/david-wojnarowicz



* 본 리뷰는 2004년 이 책을 읽고 쓴 글에다, 2014년에 덧붙였다. 그 때 당시에는 도판들을 인터넷으로 구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상당히 많이 나온다. 이럴 때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되는가 싶다. 




오늘의미술

브랜든테일러저 | 송기매역 | 예경 | 2002.01.30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Comment +2

  • 흥미로운책이네요!^^

    • 1990년대까지만 나와 약간 아쉽긴 하지만, 그리고 모르는 작가들 이름이 수두룩한 탓에 다소 진도가 느리긴 하지만, 옆에 태블릿 PC나 노트북 놔두고 검색해가면서 흥미로운 작가들이 나왔을 때, 구글에서 관련 작품들 보며 읽으면 좋습니다. ~

앙리 포시용의 형태의 삶

형태의 삶 Vie des Formes 앙리 포시용 Henri Focillon (지음), 강영주(옮김), 학고재, 2001 앙리 포시용의 <<형태의 삶>> 책은 책을 따라간다......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리처드 브라우티건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리처드 브라우티건 Richard Brautigan(지음), 김성곤(옮김), 비채 원제는 <Revenge of the Lawn>이지만, <잔디밭의 복수>.....

보이지 않는 용, 데이브 하키

보이지 않는 용 The Invisible Dragon: Essays on Beauty 데이브 하키(지음), 박대정(옮김), 마음산책, 2011년 몇 번 읽다가 만 책이다. 구.....

단테: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

단테 - 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좋은 책이다.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찌른다. 이종인 선생의 번역도 .....

면도, 안토니스 사마라키스

면도 안토니스 사마라키스 Antonis Samarakis (지음), 최자영(옮김), 신서원, 1997 전후 그리스 소설이 번역된 것이 드물었던 탓에 1997년에는 꽤 주목받았.....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 Close Range: Wyoming Stories 애니 프루Edna Annie Proulx(지음), 조동섭(옮김), media 2.0,2006년 잭이 말했다.....

하룬 파로키 Harun Farocki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Harun Parocki - What Ought to Be Done? Work and Life 6, 7 전시실 및 미디어랩 국립현대미술.....

회화의 이해, 리오넬로 벤투리

회화의 이해 Pour Comprendre La Peinture (Painting and Painters) 리오넬로 벤투리 Lionello Venturi (지음), 정진국(옮김).....

어지러진 자취방 구석에 놓인 낡은 턴테이블 위로 레코드판을 올릴 때,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뱉었다. 맥주를 한 잔 마셨고 짐 모리슨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던 시절이 있.....

인생의 발견, 시어도어 젤딘
텅빈 주말의 사소한 희망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