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나를 지켜낸다는 것, 팡차오후이

지하련 2014. 3. 28. 10:28


나를 지켜낸다는 것 

팡차오후이(지음), 박찬철(옮김), 위즈덤하우스 




이 책, 천천히 읽어야 한다. 아주 천천히 오랜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되새겨가며 내 일상을 반추하며 내 몸 깊이 받아들여 내 삶을 바꿀 책이다. 현대의 우리들은 서양의 학문을 먼저 접한다. <<논어>> 몇 구절을 암송하기는 하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고 ‘천자문’을 익히기는 하나 입시용일 뿐이다. 서양의 학문은 이미 확고하게 있는 나란 존재를 기반으로 외부 세계에 집중한다고 하면, 동양의 학문은 흔들리는 내 마음과 알 수 없는 외부 세계를 하나로 이어나간다. 


수신(修身), 자신을 직시하여 한계를 깨는 힘.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 인격이 어떠하며, 나는 과연 본받을 만한 사람인가. 저자는 ‘설령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하더라도 그 본질적 목적은 자아완성이었다’고 말한다. 즉 속된 말로 ‘인간이 되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혹자는 이 책을 고리타분한 유학 경전 해석서로 읽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문제의 근원이 ‘나로부터 인함’임을 깨닫는 순간, 상황은 반전될 것이다.  


최근 들어 서양의 학자가 쓴 책보다 상대적으로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쓴 책이 훨씬 재미있고 내 마음의 울림도 더 크다. 이는 이 책의 저자 팡차오후이 같은 경우는 아니겠지만, 나 또한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행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뀐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서구의 저자들이 ‘리더가 모범을 보여야 된다’는 식의 문장을 쓸 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문장은 글 본문과는 다소 동떨어져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동양의 저자들에게서 이런 식의 문장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본문에 녹아든다. 


이 책은 현대인의 문제를 직시하면서 수신을 강조한다. 즉 나를 돌아보아야만 성장이 있고 세상에 발을 딛고 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군데군데 서양 학자들도 인용하면서 내가 이야기하는 바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지점을 이야기하면서 독자를 설득한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수정(守靜), 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 

존양(存養), 마음을 살펴 하늘의 뜻을 찾는 힘

자성(自省), 패러다임을 깨고 한계를 허무는 힘

정성(定性), 고난의 압박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

치심(治心), 양심을 지켜 자유를 누리는 힘

신독(愼獨),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힘

주경(主敬), 나라는 생명을 사랑하는 힘

근언(謹言), 언행을 삼가 군자에 이르는 힘

치성(致誠), 지극한 정성으로 자신을 완성하는 힘 



책은 다양한 고서들의 인용과 현대적 해석과 의미를 담고 있다. 아마 동양 고전에 관심을 없었던 이들에게도 이 책은 동양 고전 읽기의 시작이 될 수 있을 법하다. 짧은 시간 급하게 읽은 느낌이 있는 터라, 다시 찬찬히 읽어볼 책이다. 추천한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

팡차오후이저 | 박찬철역 | 위즈덤하우스 | 2014.02.28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