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파괴자들, 손재권

지하련 2014. 4. 6. 21:17


파괴자들 Disruptors 

손재권(지음), 한스미디어 






기사로 읽는 것과 책으로 읽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단편적인 지식을 얻는 것이지만, 후자는 지식들의 꾸러미, 혹은 지식의 체계를 얻는다. 그렇다면 단편적인 지식들을 모아놓은 이 책의 경우에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자라는 직군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 몇몇 형편없는 기자들에 의해 전파된 이 편견 - 공부는 참 안 하고 옮겨 적기만 한다 - 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기자라는 점에서, 개인이 아니라 어떤 그룹이나 부류도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프로세스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기자는 기자다. 좋은 기자가 있는 신문은 늘 찾게 된다. 


손재권 기자는 기사를 통해서, 그리고 그의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읽은 바 있다. 그리고 이 기자, 참 열심히 산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열심히 사는 정도가 아니라, 대단하다고 할까. 기자가 낼 수 있는, 기자라는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독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 바로 <<파괴자들>>과 같은 책이다. 이 점에서 IT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하이테크 기술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변화해 갈지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었다. 


우리가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고 전기 자동차나 우주 여행을 실제로 타보거나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이들이 바로 실리콘밸리 출신의 기업가들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IT 산업의 최전선을 취재하고 모은 정보들을 간략하게 핵심만 추리고 있다. 관련 업계 종사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어쩌면 이 책에 실린 내용들 대부분은 이미 어딘가에서 읽거나 들었던 내용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을 한 곳에 모아두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오바마의 선거 승리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 소셜과 데이터 분석, 그림자 데이터에 대한 언급, 그리고 구글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에 대한 글은 처음 접하거나 깊이 알지 못했던 부분이라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의 언급과 페이스북의 디자인디렉터의 언급을 인용한다. 아마존닷컴으로 알려진 전자 상거래 기업으로만 알려진 아마존은, 실은 구글 이상의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페이스북의 디자인에 대한 고민과 태도는 다른 기업들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어, 길게 인용한다. 실은 내가 기억하고 싶어서이지만. 


“아마존이 웹사이트에서 시작해 전자상거래, 출판,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사업은 우리의 DNA에 있는 혁신 정신에 의해 이끌어왔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소비자 중심적 customer-centric인 회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첫 번째 날Day One에 불과하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 우리는 소비자에 몰입한다는 점이다. 경쟁사에 몰입할 수도 있고 소비자에게 몰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소비자부터 시작한다. 두 번째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지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감춰야 할 때도 있다. 세 번째는 멀리 보는 생각Long Term Thinking이다. 힘겹게 경쟁해야 할 때도 있지만 길게 보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하면서도 어떻게 소비자를 위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생각한다. 여기에서 (아마존의) 에너지가 나온다.” (제프 베조스)

- 264쪽 



“디자인은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이다. 이것이 나와 우리 팀에 가장 중요한 철학이다. 많은 사람이 외형적인 디자인만 보지만 이는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우리가 더 좋은 디자인을 한 것인가? 이 말을 우리는 ‘이용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유익한가?’라는 질문으로 받아들인다. 사이트가 아름답고 화려하다고 하더라도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면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쉽게 이용하고 사람들이 그 디자인을 사랑해야 한다.” (줄리 저우Julie Zhou 페이스북 디자인디렉터)

- 247쪽 






파괴자들

손재권저 | 한스미디어 | 2013.11.30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