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음악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

지하련 2014. 7. 19. 11:25



한국에서 클래식음악을 듣는다는 건 참 드문 일이다. 더구나 클래식 연주회를 가게 되는 건 특별하다고 할까. 


현대자동차의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엔 나에게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준다. 기업의 사회 환원은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될 수 있고, 현대차의 서울 시향 지원도 이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이런 지원은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재정적 기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일반 대중에게 문화 예술 체험의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 


이브 아벨Yves Abel의 지휘, 서울시향 연주, 니콜라스 안겔리치Nicholas Angelich의 피아노로 어우러진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은 나에게 서울 시향의 안정적이고 훌륭한 연주력을 알게 해준, 행복한 경험이었다. 참 오랜만에 방문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클래식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지만, 연주회를 자주 간 것은 아니다. 한 10년 전쯤 갔던 연주회에서 너무 실망해, 연주회를 멀리 하게 되었다.  국내에선 꽤 오래되고 유명한 교향악단의 형편없는 연주실력, 합창단의 한 번도 아닌 수 번의 실수와 엉성한 화음, 성악가들의 불협화음, 그리고 내 경험은 최악이어서 환불해달라고 할 판인데, 관객들은 '앵콜'을 외치고 있었다(으악!) 


이번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은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건 이브 아벨, 니콜라스 안겔리치 때문이 아니라 해외 유명 교향 악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서울 시향의 안정적인 연주력 때문이었다. 이미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여러 장의 음반을 내기도 한 서울 시향은 천천히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정명훈이 서울 시향을 맡은 것은 정말 훌륭한 결정이었다.) 여기에 이브 아벨의 지휘는 서울 시향의 선율 위에 프랑스적 감수성을 살짝 칠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니콜라스 안겔리치! 사진과 달리 너무 둔해보인다고요! 아래는 니콜라스 안겔리치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3번이다. 


이 연주 영상을 보고, 아, 그 때 그 피아니스트 맞나? 하고 생각했다. 연주한 곡이 다르긴 하지만, 7월 4일 밤, 안겔리치의 연주는 최고는 아니었다.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었다고 하더라도. 





니콜라스 안겔리치는 브람스 연주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날 연주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았다. 



로시니, '윌리엄 텔' 서곡 

Gioacchino Rossini, William Tell Overture 


모리스 라벨, 왼손을 위한 협주곡 D장조

Maurice Ravel, 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 in D Major 


모리스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Maurice Ravel, Piano Concerto in G Major 


조르주 비제,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1번

Georgers Bizet, L'Arlesienne Suite No.1


조르주 비제,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2번

Georges Bizet, L'Arlesienne Suite No.2 




Gioacchino Rossini - Guillaume Tell (Overture)

Herbert Von Karajan ( Berlin Philarmonie Conductor)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 D 장조는 약 19분 동안 왼손으로만 피아노를 연주해야 하는, 피아니스트에게는 참 쉽지 않은 곡이다. 1차 대전 중에 전투에서 오른손을 잃게 된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라벨이 작곡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파울 비트겐슈타인의 동생이 바로 철학자가 비트겐슈타인이다)


아래는 그 파울 비트겐슈타인이 연주하는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다. 




Ravel : 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 in D major

Paul Wittgenstein (Piano)

Bruno Walter (Conductor)

Amsterdam Concertgebouw Orchestra


(Rec.1937) Public Domain


비트겐슈타인의 연주는 1937년에 녹음된 곡인지라, 듣기 편한 상태는 아니다. 그래서 다른 이의 최근 연주를 아래 놓았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레온 플라이셔의 연주다. 세이지 오자와의 지휘와 보스턴 심포니의 연주!! 



Maurice Ravel (1875-1937), France


- Concerto pour piano et orchestre en r? majeur pour la main gauche

-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in D Major for the Left Hand 


Lento - Andante - Allegro - Tempo 1


LEON FLEISHER, Piano

Boston Symphony Orchestra

Seiji Ozawa



그 다음 약간의 휴식을 하고 난 다음,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그런데 엘렌 그리모의 연주를 보면, 안겔리치의 연주와 비교하게 된다. 


아래는 미켈란젤리의 연주!! (집에 이 실황 음반이 있는데, 도대체 들을 여유가 없다. ㅜㅜ) 




V.Jurowski

Chamber Orchestra of Europe.






엘렌 그리모의 연주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지고 있다. 초창기 녹음에서는 약간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무척 풍부한 연주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피아노를 비행기에 싣고 다닌 미켈란젤리는! 아! 





M. Ravel, Piano Concerto in Sol - 2nd movement (Adagio Assai)


London Symphony Orchestra

Sergiu Celibidache, conductor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piano


Royal Festival Hall, London. 8 April 1982



그리고 마지막은 비제Bizet다! 의외로 자주 듣게 되는 작곡가가 있는데, 비제다. 언제나 들어도 열정적인 감미로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Georges Bizet: L'Arl?sienne Suite No. 1 & Suite No. 2 / Nathalie Stutzmann, conductor · Orquesta Sinfonica Valencia / Recorded at Palau de la Musica, Valencia, 12 December 2012.



클래식 연주회를 가기 전에 한 번씩이라도 연주되는 음악을 듣고 갔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악장 사이에 박수가 나왔다. 헐. 연주되는 곡의 연주 길이만 알아도 박수 칠 일이 없다. 요즘 youtube는 너무 좋다. 특히 클래식 음악의 경우에는 웬만한 것은 다 찾아서 들을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듣고 실제 연주회에 와서 한 번 더 들으면, 한동안 그 음악을 잊지 않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운은 꽤 오래 간다. 


Youtube에서 이렇게 음악 찾아 포스팅을 하려다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바쁜 직장 생활 중에서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들을 기회가 점차 줄어들다 보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나오니, 밤 10시가 지나있었다. 그리고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을 다운받아 집에 가는 내내 들었다. 음악은 종종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흥분과 위안을 준다. 많은 이들이 음악과 친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서울 시향 지원도 이 의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