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젖은 운동화 속의 목요일

지하련 2014. 8. 21. 10:22




새벽부터 내린 비는 아침이 되자, 더 세차졌다. 어둠이 내려앉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에 젖으면, ... 내 발이, 내 몸이, 내 얼굴이, 내 가슴이 젖으면 안 될 것같아, 운동화를 꺼내 신고, 큰 우산을 찾아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출근하는 목요일 아침, 길바닥에 고인 빗물들이 나를 향해 날아올랐다. 


땅에서 허공으로, 대기로, 하늘로, 우주로 날아오르는 빗물 방울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또다른 빗줄기에 갇혀 마음의 자유를 잃어갔다. 2014년 여름. 


출근하자 마자, 전날의 최종 매출을 확인하고, 퇴근할 때 그 날의 최종 매출을 예측하며 사무실을 나간다. 대구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해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지지율 1%를 올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라고 이야기했듯이 하루 평균 매출 1%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변명하고 싶지만, 변명은 리더의 몫이 아니다. 


변명하지 않는 책임. 이게 리더이고 가장의 몫이다. 


 그렇게 나는 나이가 들었고 출근하는 동안 무슨 일이 또 생긴 건지, 지하철 역에 내리자 비는 더욱 세차졌다. 계속 세차져, 내 마음보다 큰 우산을 흔들고 어느 새 짙은 갈색 유화물감을 칠해놓은 듯 투명한 물기로 미끌거리는 길에는 내 가슴보다 깊은 빗물웅덩이가 생겼다. 


이쪽 웅덩이에 운동화 한 번 담그고, 저쪽 웅덩이에 운동화 한 번 담그고, 바로 앞 웅덩이에는 내 손 한 번 담그고, 저기 먼 웅덩이에는 내 마음 한 번 담그고, ... ... 그렇게 담그고, 담그고, 담그고, ... ... 2014년 여름,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빗물웅덩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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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기 전 어느 새벽 퇴근길. 세상은 나쁘게 변하고 나는 비에, 안개에, 슬픈 물웅덩이에 둘러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