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미학연습

계몽주의 시대의 미학

지하련 2004. 4. 21. 15:03
제 7 장 계몽주의 시대: 데카르트적 합리주의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데카르트의 태도만 알아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중요하다. 17세기 바로크 예술이나 그 전 르네상스 고전주의 예술을 이해하는 데 데카르트 철학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종종 미학과 예술이 서로 평행을 유지하며 나란히 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도리어 미학과 예술이 무관한 경우도 더 많다. 개인적으로 미학은 예술 이해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사상사적 맥락이나 철학사적 맥락을 그 시대의 예술 양식과 서로 연관 지어 이해하는 것은 예술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미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비어즐리는 데카르트는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데카르트는 본질적으로 단순하고 따라서 매우 명석하고 판명한 관념들을 분석을 통하여 발견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관념은 지식의 기본적 구성요소가 된다. 명제에 관하여 그는 직관과 연역법을 필연적 진리의 원천으로 취하였다. 직관은 “오직 이성의 빛에서 나오는, 청명하고 세심한 마음의 회의 없는 개념작용이고” 연역법은 결국 직관들의 사슬이다. 데카르트의 가장 중요한 요청들 가운데 하나는 확실한 보편적 진리를 얻기 위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여기에서 보편적이라 함은 모든 합리적 존재에 타당할 것과 모든 것, 주어진 탐구분야 내에서의 모든 것에 적용될 것이라는 점에서이다.
그러므로 데카르트의 방법은 선험적이고 추상적이었다. 그가 추구하였던 종류의 지식은 자연에 관한 경험적 연구를 통하여는 기대될 수 없었다. 그것은 본유개념과, ‘자연의 빛’에 직접 내맡겨지는 명제에 의존했다. 그리고 지식으로서 그것의 안정성은 명제들을 보다 근본적인 것과 덜 근본적인 것으로 정리하여 그들이 서로 논리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과 함께 그 지식의 명백한 명료성과 연역적 체계화에 의해 입증될 것이었다.”

위에서 몇 개의 핵심 개념을 끌어내면, ‘이성’, ‘보편’, ’자연’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기계론적, 인과율적, 기하학적 이성은 보편적인 것이며 이는 다시 자연 탐구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미, 또는 미적 대상에 대한 탐구에까지 확장되는 것이 이 시대 미학자들의 태도인 셈이다.

모방을 하고자 하는 자연 대상을 이성을 통해 정확하게 재현한다면 이는 보편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대 대륙의 미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졌던 태도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모방론은 ‘이상적 모방론, 즉 본질적인 것, 특징적인 것, 훌륭한 것을 다양한 비례 가운데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그 자신이 화가이기도 했던 조슈아 레이놀즈는 ‘예술에 관한 담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이 예술의 미는 그 대상에 근거한다. 이것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그런데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그 대상의 미는 보편적이고 지적이다. 그리고 마음에 남아있는 것은 오직 관념뿐이다. 시각은 그것을 보지 않았고, 손은 그것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것은 화가의 가슴 속에 머무는 관념이며, 그는 항상 그것을 전하려 애쓰지만 끝내 그것을 전하지도 못하고 죽는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사상을 제기하고 관객의 시야를 확장시켜 줄 만큼은 전달 수 있다.”
“그는 철학자처럼 자연을 추상하고 고찰하고 그가 그리는 상 하나하나에서 그 종의 특성을 재현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심리 상태를 어떻게 모방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선 비어즐리의 책에 인용된 한 연구자의 글을 살펴봄으로써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식화, 내지 규범화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하나의 예술 모방, 또는 표현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은 이 자연 세계 또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세계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다는 신념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기계론적 세계 인식에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아카데미 미술의 편협함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그들이 볼 수 없는 마음의 상태를 볼 수 있는 표현으로 정식화함에 있어서 보여주었던 그 범주적 정확성의 배후에는 철저하게 합리적인 데카르트의 방법 뿐만 아니라 데카르트 물리학의 중심 개념, 즉 전체 우주와 모든 개체는 일종의 기계이며 따라서 모든 동작은 기계적이라는 개념이 놓여 있었다. 따라서 르 브렁의 정념 해부학의 다함 없는 정밀성은 신체를 인간적으로 중요한 정서적 삶의 매체로서보다는 오히려 정서적 충격의 불변적 효과를 기계적인 정확성으로 기록하는 복합적 기구로 취급한다.”


* 비어즐리, <<미학사>>(이론과실천)을 요약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