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경쟁 우위의 종말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맥그레이스

지하련 2018. 1. 8. 12:51




경쟁 우위의 종말 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군터 맥그레이스(지음), 정선양, 김경희(옮김), 경문사 








"소니는 스스로 경쟁우위의 함정에 빠졌다. 그들은 그들의 자체 기술을 보호하기 원했다. 고객이 (전 CEO인) 이다이(Idei)에게 플라즈마나 HD 텔레비전을 만들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면 트리니트론(Trinitron)이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한 내부자는 내게 말했다. - 102쪽



산업분석(Industry Analysis),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 혹은 경쟁분석(Competitive Analysis)는 아직도 경영 현장에서 통용되는 대표적인 전략 수립 방법론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법은 산업 내에서 기업은 경쟁한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리고 한 번 올라간 1위 기업의 경쟁 우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소니는 그렇게 세계 1위의 전자 회사가 되었고 그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그 경쟁 우위를 믿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맥그레이스는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도리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고 믿는 많은 기업들이 그 경쟁우위에 발목 잡혀 몰락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산업(Industry) 대신 각축장(arena)을,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대신 일시적 우위(transient advantage)를 제안한다. 


2013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그해 최고의 경영 전략 서적으로 인정받았던, <<경쟁 우위의 종말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몇 개의 단어들 - 학습가능성, 일시적 우위 등 - 로 이 책을 추천하던 몇 개의 서평을 읽고 아마존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은 게 2013년 말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 우연히 경문사를 통해 번역 출간되었음을 뒤늦게 알고 올해 초 이 책을 구해 읽었다. 



지속적 우위라는 가정은 치명적일 수 있는 안정(stability) 쪽으로의 편견을 낳는다. (...) 극도의 역동적 경쟁 환경에 있을 때에는 변화가 아니라 안정이 가장 위험한 상태이다. - 27쪽 


 

많은 경영 서적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 불확실성의 증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책들 대부분 결론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이야기하고 산업 분석이나 경쟁 분석에 대해 이야기하고 만다. 가끔 시나리오 경영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시나리오 경영은 산업 분석이나 경쟁 분석 이후의 미래에 대한 전략 시나리오일 뿐, 펼쳐질 미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결정내리고 자원 배분이나 해체, 혁신의 실행이나 관리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부정하고 산업 내 경쟁 시대는 지나갔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기존에 나와있던 마이클 포터 식의 경영 전략의 기본 가정을 재점검하고 빠르게 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건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들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전략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그녀가 분석하는 이들 기업들은, 기회를 향해 조직 구조나 자원을 끊임없이 재구성하고, 현재는 캐시 카우(cash cow)일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부정적인 사업 부문은 해체한다. 그리고 자원 배분을 통해 조직을, 인력이 능숙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혁신을 관리하여 하나의 체계로 자리잡게 만든다. 책은 차례대로 기업 관계자들과의 인터뷰와 사례를 소개하며 일시적 우위를 관리하고 기회를 향해 움직이는 기업 경영 전략에 대해서 설명한다. 



후지는 기존의 우위를 손상시키는 위험을 무릅쓰고 극도로 불확실한 미래에 배팅해야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변화에 직면하여 더 강함을 드러낸 것은 새로운 우위(new advantage)에 투자하고 기우는 우위에서 자원을 끌어내는 후지의 접근법이었다. - 24쪽 






최근 어느 저널에서 후지 필름의 사례를 기사로 옮겼는데, 이 책의 내용과 동일한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아직 오지 않은 위기를 가정하고 필름을 버리고 다른 사업군으로 옮긴다. 즉 기존 경쟁 우위를 천천히 해체하고 그 곳에 할당되어 있던 자원을 다른 곳으로 배분하고 끊임없이 채찍질하여 결국 살아남은 후지 필름. 하지만 과연 누가, 어느 기업이 이런 짓을? 


내가 이전에 읽어왔던 전략 서적들과는 확연히 다른 가정과 다른 메세지를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가장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우리는 학습가능성(learnability)을 보고 채용한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능력을 보고 사람들을 선택한다." - 인포시스(Infosys)의 크리스 고팔라 크리슈난 

- 57쪽 



인포시스의 경우 리더십 개발(leadership development) 철학은 "기업은 캠퍼스이고, 사업은 교육과정이며, 리더들이 가르친다"이다. 각 최고경영진은 차세대 리더들을 지도하는 것을 개인적인 책무로 여긴다. - 180쪽 



채용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성장가능성이다. 그리고 성장할 수 있으려면 학습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은, ... 도리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이 나라의 정치지도자나 고위 공직자들 중에 차세대 리더를 지도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암담해진다. 실은 대부분의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실제로 나는 '기업은 캠퍼스이고 사업은 교육과정이 부문별 리더들이 끊임없이 팀원들을 가르쳐야 된다'고 말했다가 이상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기업 경영 환경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돈벌이 환경이 계속 바뀌니, 계속 배워야 된다고 말하니, 피곤하게 산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어쩌면 한국적 상황에선, 학교에서 배우고 기업에선 학교에서 배운 걸 사용해야 되며, 기업에서 가르치는 건 잘못되었고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고 계속 배우는 건 피곤하고 불필요한 일이라는 문화가 팽배해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라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기회가 되자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은 아닐까. 경영 전략 책을 소개하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 건 기업 경영 환경이라는 게 국가의 경영이나 개인 삶의 경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 책, 강력하게 추천한다. 경영 전략 서적이 생소한 이들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2015년 7월 작성) 




경쟁우위의 종말 - 10점
리타 건터 맥그레이스 지음, 정선양 옮김/경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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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2017년 10월 29일자에 리타 맥그레이스 교수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옮겨둔다. 2005년에 이미 한 권의 책이 번역되었음을 이 기사를 통해 알았다. 지금은 절판 상태이지만. "리더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계획을 준비하는 우선"이라는 지적은 너무 옳지만, 현실 속에서 이를 준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핵전쟁조차 ‘네버’라곤 못한다 … 리더는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필요

http://news.joins.com/article/22060154






마케팅을 혁신하는 5가지 원칙, 이언 맥밀란 / 리타 건터 맥그레이스(지음), 박정혁(옮김),세종서적, 2005년 



(2018년 1월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