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여행

지하련 2007. 3. 18. 23:36

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토요일 오후 일찍 강릉으로 향했다. 대관령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고향 강릉에 내려가 지내고 있는 친구와 함께 경포에 갔다. 바다는 조용했다. 말 없는 세상이 싫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는 듯. 하지만 세상은 다 알지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불구가 된 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솔직히 그렇게 믿어야만, 이 세상을 증오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친구의 고등학교 선배들과 함께 다음 날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새벽 강릉 안목에서 먹은 문어는 정말 별미였다.

오늘 오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을 자며 꿈을 꾸었다. 꿈을 꾸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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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을 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창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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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낮은 흐렸고 구름은 빨랐다. 서울은 완연한 봄날씨였는데, 태백산맥 너머 동해는 아직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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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에 파도가 부서졌다. 계속 부서졌지만, 다시금 제 형태를 찾는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사연과는 확연히 달랐다. 가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