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라로슈푸코

지하련 2018. 10. 13. 22:41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라로슈푸코(지음), 강주헌(옮김), 나무생각



원제는 『잠언과 성찰』(Reflexions ou sentences et maximes morales, 1665)이다. 니체가 매우 존경하였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 라로슈푸코(Francois de La Rochefoucauld, 1613 ~ 1680)의 잠언집을 읽었다. 17세기 작가의 문장들은 쉽게 읽힌다. 몇 개의 문장들은 흥미로웠다. 적당히 염세적이고 시니컬했다. 생각하는 것보다 팬이 많아서 어느 일본인 작가는 평전을 쓰기도 했다. 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기도 했다. 


몇 개의 문장들을 옮긴다. 


- 우리의 미덕은 대개의 경우 위장된 악덕에 불과하다.


- 철학은 과거의 불행과 미래의 불행을 그럴듯한 이유로 극복하라고 설명하지만, 현재의 불행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한다.

 

- 질투는 의혹은 먹고 산다. 의혹이 확신으로 변하면 질투는 깨끗하게 소멸되거나 광기로 변한다. 


- 운명의 변덕도 종잡을 수 없지만, 우리의 변덕은 그 이상이다. 


- 사랑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기껏해야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의 사랑은 지배의 열정이고 정신의 사랑은 동정이며, 육체의 사랑은 많은 비밀이 있은 후에 사랑의 대상을 소유하려는 은밀하고도 미묘한 욕망일 뿐이다. 


- 위선이란 악이 미덕에 바치는 찬사다. 


- 젊음은 언제나 취해 있는 상태를 뜻한다. 즉 이성의 열병이다. 


- 어리석음은 전염병과도 같은 것이다. 


- 운명과 성격이 세상을 지배한다. 


- 노인은 목숨을 걸고 젊은이들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폭군이다. 


- 우리가 어떤 사물에 대해 본능적으로 갖는 취향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물의 질을 감식해서 판단하는 취향은 다른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내용을 판단할 만한 섬세하고 날카로운 감각이 없으면서도 코미디를 좋아할 수 있다. 거꾸로 코미디의 내용을 완벽하게 판단하기에 충분한 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잠언집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충분히 권할 만하지만, 깊이 있는 통찰이 있거나 체계적인 사유를 엿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말 17세기식의 약간 삐딱한 프랑스 경구들이라고 할까. 나는 그냥 쉽게 읽었다. 몇 개의 문장은 좋았으나, 그 뿐이었다. 다행히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머리를 식히기 좋은 책이라고 하면 이상하려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 6점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 지음, 강주헌 옮김/나무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