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고전학 공부의 기초, 브루스 손턴

지하련 2019. 2. 16. 21:31



고전학 공부의 기초 : 서구 문명의 뿌리를 이해하는 법 (A Student's Guide to Classics) 

브루스 손턴Bruce Thornton(지음), 이재만(옮김), 유유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선 서양 고전 -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문학, 역사, 언어, 철학 등 - 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동양학을 하더라도 이젠 기본적으로 서양 고전에 대한 이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내 개인적 소망일 지도 모르겠구나. 고대 그리스 로마는 너무 멀리 있는 시대이기도 하거니와, 인문학 전공자들 가운데 서양 고전에 대한 제대로, 아니 기본적인 이해도 가지지 못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은 서양 고전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대학 강의를 하거나 인문학 서적을 출간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호메로스나 소포클레스, 혹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을 읽지 않아도 된다. 잘 나온 요약본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 이를 제대로 가르쳐줄 인문학 선생도 드물다. 그러니 이제 인문학은 계절마다 돌아오는 유행같은 것이 되어서, 너도나도 인문학을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된 인문학을 하는 이는 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브루스 손턴은 고전학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언어, 문학, 역사, 문명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책에선 서사시Epic, 시Poetry, 희곡Drama, 산문픽션Prose Fiction, 문학비평Literary Criticism, 연설술과 수사학Oratory and Rhetoric, 서간Letters, 전기Biography, 역사History, 고전의 유산The Classical Heritage 등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각 부문마다 기본적인 설명과 주요 작품들을 거론한다. 책의 원제가 A Student's Guide to Classics이므로, 고전학을 공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읽어야하는 문헌과 이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들에겐 서양 고전학에 대한 충분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책에 실린 서적 목록 - 한글로 번역된 고전들 - 은 꽤 유용해 보인다.  


기억남는 몇 개의 문장을 옮긴다. 대부분 예전 - 거의 이십여년이 지난 듯한 - 에 공부한 것들인데, 이젠 쓸 일이 없는 탓에 '아, 이런 것이었지'하고 되새기기도 했다. 


두 사람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 이 서로 비슷한 성격과 덕성, 가치관을 바탕으로 결혼했다는 사실은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의 질서를 안정화하는 데 제도가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입니다. (25쪽) 


<<시학>> -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 의 다른 중요한 개념으로는 '하마르티아'hamartia가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의 운명을 '반전'peripeteia시키는 비극적 결함 또는 과오를 의미합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가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라고 언명합니다. 역사가 실제로 일어난 것, 개별적인 것을 다루는 데 반해 시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할 수 있는 것, 보편적인 것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85쪽) 


호라티우스의 <<시론 Ars Poetica>> : "시는 하나의 통일된 전체여야 한다.", "시의 언어는 주제에 적절해야 한다.", "시의 소재에 알맞은 문체를 구사해야 한다." 

'자줏빛 옷감'purpureus pannus은 불필요한 미사 어구를 의미하고, '사건의 중심으로'in medias res는 맨 처음이 아니라 '중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법을, '호메로스조차 가끔 존다'quandoque bonus dormitat Homerus는 대가마저도 때때로 실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87쪽) 


고대인은 역사란 위대한 인물들이 행동한 결과이고, 그 행동에는 개인의 성격이 반영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전기는 중요한 역사 장르였습니다. 묘사의 정확성을 떠나 고대 전기 작가들은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삶을 세밀하게 그렸습니다. (109쪽) 


기원전 6세기 후반에 등장한 그리스 최초의 역사가들은 '산문사가'logographer라고 알려졌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헤카타이오스(기원전 500년 경)는 계보, 신화, 지리에 관해 썼으나 오늘날에는 소수의 단편만이 전해집니다. (113쪽)


리비우스(기원전 59년 ~ 기원후 17년) : "역사 공부는 병든 마음에 최고의 명약이다."  (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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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를 통해 이 책의 원서 pdf 파일을 확인할 수 있다. 

http://www.sfu.ca/classics/pdf/classics.pdf 


브루스 손턴Bruce Thornton에 대해서는 https://en.wikipedia.org/wiki/Bruce_Thornton




고전학 공부의 기초 - 10점
브루스 손턴 지음, 이재만 옮김/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