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초격차, 권오현

지하련 2019. 3. 24. 16:28



초격차 

권오현(지음), 김상근(정리), 쌤앤파커스 



한때 어떤 이의 업무 능력이나 스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지금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와 비슷하게 기업에 있어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고 여기는데, 그것은 바로 태도, 혹은 그 태도가 지향하는 가치나 비전이다.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왜 그것을 만들고 왜 살아가며,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질문이다. 전자의 경우 Follower의 입장에서도 가능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Follower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원장이며 2012년부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있었던 권호현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연세대 김상근 교수가 정리한, 일종의 경영 지침서다. 일종의 회고록이면서 자신이 경험하고 수행해왔던 관리,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뭔가 대단하고 새로운 경영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읽는 이들은 도리어 '역시',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시대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저의 생각입니다.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혁신도 초격차도 없습니다. - 207쪽 


결국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거나 너무 당연해서 간과해온 것들이다. 즉 사람/기업의 기본기가 중요하며, 태도, 즉 어떻게 임하느냐가, 됨됨이 문제로 귀결된다. 다시 말하자면 기본이 된 사람을 뽑고 그런 사람이 머물며 그런 사람이 자신의 성과를 만들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의 절반 이상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리더, 조직, 인재에 대한 이야기가 전체 3/4이며, 나머지 한 챕터는 전략이다. 리더는 어때야 하며,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고 인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나 또한 몇 가지 중요한 지침 같은 것을 받았으니까. 가령 기업의 의사결정 기준은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나, 조직도를 그린다면 적임자를 찾는 것이지, 뛰어난 개인이 있다고 해서 그 개인을 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한때 내 스스로 기업이나 비즈니스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 여겼다. 그리고 방황을 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대부분의 일이 비즈니스이고 경영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관리하고 같이 부대끼며 성장해나가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걸 요약, 정리하고 오늘, 혹은 내일을 위해 움직이는 것.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한 대부분이 비즈니스이며 경영인 셈이다.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내 나름의 방식으로 기업을 바라보고 비즈니스를 하며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내 방식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에 대해 길게 이야기할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자신만의 어떤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구입하고 올해 초에 읽었다. 일독할 만한 책임에 분명하다. 





초격차 - 10점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