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제로투원Zero to One, 피터 틸,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하련 2020. 10. 11. 22:12


제로투원 Zero to One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지음), 이지연(옮김), 한국경제신문, 2014 


 

시사나 경제, 비즈니스 서적은 구입하는 즉시 읽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이 책도 사놓은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읽었고, 전에 읽었더라면 좋았을 내용이라 다소 후회했다. <<제로투원>>은 일반적인 창업 교과서(지극히 경영 이론에 기반한)와는 다른 어조와 접근으로 나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특히 '자본주의와 경쟁'의 관계(자본주의는 경쟁과 맞지 않고 독점이 맞다는 의견)나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구글은 실제로는 독점 기업이며 그것을 숨기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다는 것, 그리고 '작은 시장에서 독점 기업이 되라'는 것은 흥미로운 주장이었다. 또한 명확과 불명확, 낙관적과 비관적이라는 기준으로 철학자들을 구분하는 부분에선 웃고 말았다. 그렇다. 피터 틸은 철학 전공자이다. 


피터 틸(Peter Thiel)에 대해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너무 유명하니까. 이 책은 피터 틸이 스탠포드대학에서 한 스타트업 강의를 들은 블레이트 매스터스가 정리한 강의 노트를 펴낸 것이다. 피터 틸이 강조하는 바는 명확하고 한 번 잡으면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사사로운 방법론이나 이론적 실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의 태도, 신념, 철학 같은 것에 더 가깝다고 할까.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둔 것이다. 사서 읽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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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모형을 모방하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익숙한 것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창조하는 행위는 단 한 번 뿐이며, 창조의 순간도 단 한 번 뿐이다. 그 한 번의 창조로 세상에는 낯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난다. (8쪽) 


미래를 정확히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두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첫째, 미래는 지금과 다를 것이라는 점과 둘째, 그래도 미래의 뿌리는 현재의 세상일 것이라는 점이다. (14쪽) 



1. 점진적 발전을 이뤄라

2.가벼운 몸짓에 유연한 조직을 유지하라 

3.경쟁자들보다 조금 더 잘하라

4.판매가 아니라 제품에 초점을 맞춰라

(위는 닷컴 붕괴 사태 이후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알게 된 교훈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피터 틸은 아래와 같이 반대의 경우를 제시한다.)


1.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2.나쁜 계획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3.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4.판매 역시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 

(32쪽 ~ 33쪽) 


미국인들은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쟁 덕분에 우리가 사회주의자들처럼 가난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자본주의와 경쟁은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완전 경쟁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모든 이윤이 사라져버린다. (37쪽)


창조적 독점기업들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풍요로움을 소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창조적 독점기업들은 단순히 나머지 사회에도 좋은 기업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47쪽)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는 다음과 같은 예리한 통찰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불행한 가정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이와는 정반대다.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다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49쪽)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이다. 경쟁이란, 아무도 이윤을 얻지 못하고 의미있게 차별화되는 부분도 없이 생존을 싸우는 것이다. (50쪽)


간단히 말해서 오늘의 기업 가치는 그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모든 돈의 총합이다. (63쪽)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하라.

너무 작다 싶을 만큼 작게 시작하라. 이유는 간단하다. 큰 시장보다는 작은 시장을 지배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74쪽)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 시장을 파괴하지 마라. 할 수 있다면 경쟁을 피할수록 좋다. (80쪽) 


명확하게 낙관적인 미래라면 공학자들이 수중도시와 우주정거장을 디자인해야 하겠지만, 불명확하게 낙관적인 미래라면 금융가와 변호사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금융이야말로 불명확한 사고의 전형이다. (95쪽) 


숨겨진 비밀을 믿고 그것을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보편화된 관습을 넘어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있는 기회들을 볼 수 있다. (137쪽) 


모든 위대한 기업들은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지만, 어떤 기업이든지 처음부터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도 있다. (…) 틸의 법칙은 ‘기초부터 망친 신생기업은 되살릴 수 없다’라고 요약될 수 있다. (143쪽) 


소유권: 법적으로 회사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인가?

점유권: 실제로 매일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통제권: 공식적으로 회사에 생긴 일들을 통제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147쪽) 


‘기업문화’란 기업자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문화를 ‘가진’ 회사는 없다. 오히려 모든 ‘회사자체가’ 하나의 기업 문화다. 신생기업이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친 것이다. 훌륭한 기업 문화란 그것이 회사 내에서 드러난 모습일 뿐이다. (158쪽)


대부분의 청정기술 기업이 도산한 이유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답해봐야 할 일곱 가지 질문 중 한 가지 이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1.기술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시기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독점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사람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유통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존속성

시장에서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 간 방어할 수 있는가?

7.숨겨진 비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202쪽) 



제로 투 원 - 10점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