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과학사상사, 혹은 과학사

지하련 2020. 10. 12. 02:52





그리스 과학은 주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순수하게 지적이었다. 그것은 정신의 내부에서 출발했고 현상을 자기 인식이라는 낯익은 말로 설명하기 위하여 그 속에서부터 목적, 영혼, 생명, 유기체 같은 개념이 외부로 투영되었다.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어떤 설명을 할 때 그 성공 여부는 오직 그것의 보편성과 이성을 만족시키는 능력에 달려있었다. 그리스 과학은 실험을 거의 몰랐다. 그리고 호기심을 넘어서 적극적인 힘으로 나아가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서 근대 과학은 비개성적이고 객관적이다. 그것은 그 출발점을 정신 외부의 자연에 두며, 새로운 현상을 예측하고 새로운 개념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또 실험을 통해서 검증하기 위하여 모은 현상의 관찰 결과들을 분석-종합하여 여러 개념으로 나눈다. 근대 과학은 합리성을 내던지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계량적이고 경험적이다. 이러한 속석으로 인해서 르네상스와 더불어 서구에서 시작되었고, 세계 지배를 향해서 총괄적인 진격을 계속하고 있는 기술과의 결합이 성립하였다. 

- 찰스 길리스피, <<객관성의 칼날>>, 38쪽 


지난 주부터 읽기 시작한 책, <<객관성의 칼날>>. 너무 흥미진진하다. 과학과 예술과의 비교 - 예술가와 예술작품, 가령 미켈란젤로만이, 바흐만이, 피카소만이 만들었던 작품이 있지만, 갈릴레오가 없었더라도, 뉴튼이 없었더라도 누군가는 발견했을 것인 과학 법칙. 그리고 중세 스콜라 철학 안에 깃들어 있었던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이 결정적으로 중세 스콜라적 세계관을 벗어날 수 있게 하였던 플라톤주의에 대한 설명,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 등. 이제 겨우 1장 <<완전한 원>>을 읽었을 뿐이긴 하지만. 


그러나 쉽진 않을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인문학적 배경 지식과 과학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읽기 좋은 책이다. 그렇게라도 읽을 만큼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한창 공부할 때 읽었으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책인데, 이제서야 읽다니, 너무 늦게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