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우리에게 선거란 무엇일까

지하련 2006. 6. 1. 10:42

사람들은 경제가 어렵고 나라의 미래가 보이질 않을 땐, 정부를 욕하고 정치권을 욕합니다. 정작 자신들이 선택하였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말입니다. 정작 스스로 선택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욕하기만 바쁩니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나라가 한참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요?

현재 나라 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일련의 신자유주의 정책들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 때에는 임기 내에 IMF 졸업을 위해 무분별한 경기 부양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카드 정책입니다. 이 때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우리 나라 경제 시스템은 신자유주의 속에 깊숙하게 빠져든 상태입니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 관료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경제 교과서라고 생각하는 데 있겠죠. 자,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가 아닌 다른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이 사태가 달라졌을까요?

저는 그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입니다. 신자유주의는 꼭 깊이를 알 수 없는 늪과 같아서 한 번 발을 담그면 빼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잘 나간다는 기업들 대부분 외국인 주주의 비율이 50% 이상입니다. 이 정도 되면 순수한 한국 자본으로 돌아가는 기업은 없다고 보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입니다. IMF 때 심해졌으며, 이제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경영 컨설팅 프로젝트 때 자주 들었던 소리가 'Market is one'라는 문장이었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이 하던 소리였죠.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별 생각없이 들었는데, 요즘 새삼스럽게 낯설게 여겨집니다. Market은 하나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한국 Vs 중국은 중국의 완승으로 끝날 것이며 한국 Vs 일본도 일본의 완승으로 끝날 것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세계 사람들, 일본은 알아도 한국은 모릅니다. 한국은 지금 위기 상황 속에 놓여있습니다. 한국의 향후 5년이 21세기 한국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오늘 출근길에 라디오를 통해 '묻지마투표'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참담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수와 진보 같은 낡은 구도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던 사람. 그리고 언제나 정부와 정치권을 욕하면서 투표를 하지 않았던 전 투표권자의 50% 사람들. 이 사람들은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을 욕하면 안 됩니다. 나라가 잘못되더라도 이 사람들은 잘못된 나라를 탓하면 안 됩니다. 이 사람들은 잘못된 나라를 탓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선거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던 이유는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후보자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어느 후보가 나오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직장인들 대부분이 이랬으리라 생각됩니다. 선거마저 샐러리맨들에게는 일상과는 동떨어진, 별나라 일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우리에게 선거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꼬박꼬박 이것저것 챙겨읽으려고 노력하고 현실 사회에 대해서 분명하고 명확한 인식을 가질려고 노력하는 이에게조차 선거가 별나라 일이 되어버린 지금, 과연 우리에게 선거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은 선거란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요?

이번 선거의 하일라이트는 대전 시장 선거가 아닐까 합니다. 화풀이 선거의 결정판이었죠. 한동안 선거 결과는 잊고 살아야할 듯합니다. 대신 선거 민주주의에 대한 책이나 몇 권 읽어봐야 겠습니다. 과연 현대인에게 선거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풀어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