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제주도 여행

지하련 2006. 7. 18. 09:40


오래된 먼지들을 가득 머금고 있는 때묻은 가방 속에
서른 중반의 사내를 설레게 할 프루스트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들로 가득찬 뮈세를 챙기고
김포공항으로 가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익숙치 못한 여행 탓에 기내 반입 금지 물건을 버젓이 꺼내놓고 검색대를 지나치며
땀에 미끄러진 안경을 올리며 공항 직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래, 나에게 며칠 간의 여유가 생겼다.
어떻게든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고
어떻게든 바다에 도착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있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하고
혼자 가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한 탓에 맥주 마셨다.

제주 공항에서 내려 바로 서귀포로 향했다.
바다 건너 일본이나 태평양이 있는 것이 낫지,
바다 건너 전라도나 경상도가 있는 건 별로라는 단순한 생각 탓이다.

그러나 내가 있는 동안 내내 하늘은 흐렸고
바람이 많았으며 인적은 드물었다.

운 좋게 구한 족히 서른 다섯 평은 나올 만한 팬션에서 그냥 뒹굴뒹굴거렸다.
라면 몇 개를 먹었으며 맥주 캔 몇 개를 먹었으며
주인 아주머니와 오겹살을 구워먹으며 노닥거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기거 했던 팬션의 전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있었던 팬션 입구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서귀포 옆 강정 포구 앞바다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가 있었건 팬션 거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내가 있는 내내 날은 흐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팬션 거실. 거실 이외에 침실이 두 개나 더 있다. 욕실도 두 개. 난 혼자 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