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카라바지오의 'David'

지하련 2005. 4. 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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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1600
Oil on canvas, 110 x 91 cm
Museo del Prado, Madrid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작품이다. 미술사에 보기 드문 일자무식에 난봉꾼이었던 카라바지오는 살아있는 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보는 세계는 시대를 너무 앞서서 정직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선 '정직한 삶'이 당연하다고 가르친다. 과연 그럴까? 내가 초등학교 선생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무수하게 많지만, 그들은 거짓말로 가득찬 교과서를 그대로 읽어줄 뿐이라는 데에 있다. 더구나 그들도 정직하게 살아가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잠시 딴 소리를 했는데, '정직'의 기준도 시대마다 다르다고 말하는 편이 살아가는 데에 문제를 좀 덜 일으키고 편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정직한 것이 어떤 때는 정직하지 않는 것으로 되고 말이다.

카라바지오는 그 당시 사람들이 보고 있는 바를 그대로 그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 당시 사람들이 보지 않으려고 스스로에게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씌운 채, 색안경으로 바라보던 것이었다. 그리고 카라바지오는 그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벗기고 색안경까지 발로 밟아 부수어 버린다. 그러니 카라바지오가 인정받지 못하고 도리어 욕먹는 경우 많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종종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 두려워진다. 그 순간,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역겨움으로 미칠 것같고 돌아버릴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곤 한다. 예술가들이 왜 담배와 술을 찾는지 이해할 수 있을까. 왜 현대 예술가들이 골방에 틀어박히든지, 정신병으로 미치든지, 아니면 허구의 이미지 속에 자신을 숨기는지 일반인들은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해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이해하는 순간, 삶은 한없이 슬퍼하고 인생은 비참해질 테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