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로버트 카파 -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보았다, 알렉스 커쇼

지하련 2007. 2. 4. 13:15

로버트 카파 - 6점
알렉스 커쇼 지음, 윤미경 옮김/강


로버트 카파 -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보았다
알렉스 커쇼(지음), 윤미경(옮김), 강, 2006


사진이란 무엇일까. 사진가란 누구일까. 로버트 카파의 사진은 여러 번 책을 통해 보았으나, 놀랍게도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건 당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고 말았다(그의 ‘쓰러지는 병사’라는 사진은 기억에 있지만).


카파의 사진은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는 예술가적 삶을 산 것처럼 보이나, 뚜렷한 예술관을 가졌다기보다는 정처 없이 이 곳 저 곳을 떠돌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언제나 카메라가 있었다. 그의 몸에 붙은 듯한 그 카메라는 그의 튼튼한 두 다리처럼 그가 가는 곳마다 같이 움직였고 그가 눈으로 보았던 것을 ‘극적으로’ 담아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여질 뿐이다. 타인처럼 서서 그저 보여줄 뿐이다. 그는 그의 인생에 대해서 타인이었고 사랑에 대해서 타인이었으며 세상에 대해서 타인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의 사진에는 그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미건조하게 피사체가 있고 그것을 보여줄 뿐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를 최고의 저널 사진가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카파의 전기이다. 저자는 풍부한 자료와 인터뷰, 조사를 통해 이 책을 완성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은 얼마 없고 카파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온통 카파가 경험했던 전쟁 이야기, 만났던 사람 이야기, 사랑이야기 뿐이다. 보헤미안 카파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은 매우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무척 재미없는 책이었다. 나는 카파가 어디 전쟁터에 가고 어떤 여자를 만나 밀애를 속삭였는지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라, 오직 그의 사진이었다. 그의 사진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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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1월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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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7년 소련. 로버트 카파와 존 스타인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