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장 뒤뷔페

지하련 2007. 1. 25. 22:43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흐릿한 검은 빛깔의 어둠으로 물든 하늘은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끝내 실패한 표정으로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터벅터벅 걸어 덕수궁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저녁 7시. 고객사 미팅을 위해 오랜만에 입은 정장이 너무 낯선, 서른 중반의 샐러리맨에게 저녁 미술관 관람은 너무 어색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장 뒤뷔페는 날 환영해주었고 그 곳에서 나는 그의 빨간 색을 보고 흥분해 고함을 지를 뻔 했다. 그렇게도 많은 이들이 왜 장 뒤뷔페에게 매료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유아스러운 천진난만함을 가진 듯이 보이나, 그 속에는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그리고 물질 위를 아무 의미 없이 부유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를 흘러가는 사건들, 시간들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