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현대성의 경험, 마샬 버먼

지하련 1998. 3. 8. 23:41
현대성의 경험 - 10점
마샬 버먼 지음, 윤호병 옮김/현대미학사




<<현대성의 경험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속에 녹아버린다>> 

마샬 버먼 (윤호병, 이만식 옮김).   현대미학사. 1994.



01. 

"현대적으로 된다는 것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생활을 소용돌이로서 경험하는 것이고, 영원한 해체와 재생, 고난과 고통, 애매성과 모순 대립 속에서 자신의 세계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며, 견고한  모든 것이 대기 속에 녹아버리는 세계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모더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든간에 자기자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고, 현실, 아름다움, 자유, 정의 등 소용돌이의  도도하고 위험스러운 흐름이 허용하는 것들의 형태를 찾아서 그 흐름  속에 합류하는 것이다." ( 425쪽 )  

          

02.

마샬 버먼은 강력한 모더니즘 옹호자이다. 그것은 그가 이  책을 기획했을 1970년대 초반엔 '모더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 아니었지만, 이 책이 출판된 1980년대엔 그가  모더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꼭 다른 혹성이나 다른 은하에서 온  것처럼 되어버렸고, 그는 어쩔 수  없이 모더니즘 옹호자가 되어버렸다.  포스트모던을 주장하는 사람들 조차도 그들이 모더니스트임을 알지 못한 채  마샬 버먼을 낯선 시선으로 쳐다보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자아낸 것이다. 

          

버먼이 강력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발전과 파괴'라는 모더니즘의 강력한 특징이다.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는  괴테의 <<파우스트>>, <<공산당 선언>>, 보들레르, 페테스부르그, 뉴욕을 질주한다. 그리고, 어떻게 "견고한 모든 것이 대기 속에 녹아 버리고,  신성한 모든 것이 저속한 것이 되며, 인간은 마침내 제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진정한 인생의 조건 및 자기 동료와의 관계에 직면하도록  강요받는"가를 보여준다.( * ""는 <<공산당선언>> 속에서 인용된 것임) 

          

03.

발전한다는 것은, 진보한다는 것은 두메산골에서 나와  도시로 나와되는 것이며, 한 나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며, 과거로부터 떨어져 나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현대 경제의 본질적인 역동성 및 이러한 경제에서 비롯되는 문화의 역동성은, 좀더 많은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 세계를 새롭게  끊임없이 계속해서 창조하기 위해서 그것이 창조하는 모든 것 -  물리적인 환경, 사회제도, 형이상학적인 아이디어, 예술적인 비전, 윤리적인 가치 - 을 전멸시키는 것이다."( 349쪽 )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고향에 도달하는 것을 꿈꾼다. 

          

04. 

이 책 속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며, 무수한 책들이 펼쳐지고, 연극, 영화, 그림, 무용까지 '현대성'이  어떻게 우리들에게 경험되었는가를 증명해 주기 위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따라 현대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동시에 전혀 다르게 평가되었고, 멀리 떨어진 위치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똑같이 '현대적'인가를 알기도 한다. 

          

05. 

불행하게도 마샬 버먼의 뛰어난 지식을 따라가기에 우리의 번역자들은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러는  동안  장-룩   고다르(Jean-Luc Godard)는   『호흡정지』(Breathless),『멋대로 살아라』(Vivre sa Vie) 및『여성은 여성이다』(Une Femme Est Une Femme)에서 파리의 거리를..." ( 391쪽 ) 

          

라고 옮기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느끼기 위해 이 책을 한  번 읽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