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영화

지하련 2007. 5. 2. 13:27


영화를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도 몇 명의 감독은 좋아한다. 왕가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로베르 브레송, 장 뤽 고다르.

하지만 영화는 예술이 되기에는 너무 현실적이었다. 아니 현실적 여건과 끊임없이 싸우면서 끝내 현실에 굴복하고 마는 양식이다. 예술가 1인의 작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작품도 아니다. 결국 감독과 주연 배우 몇 명의 작품일 뿐이다.

이런 생각이 깊어지자, 영화 보기를 그만 두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내가 영화를 좋아하던 그 무릅, 영화소년소녀들의 열렬한 우상이었다. 그를 통해 영화를 알게 되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가 지지했던 '달은 ... 해가 꾸는 꿈'의 박찬욱은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지만, 그는 이제 영화소년소녀들의 열렬한 우상도 아니고, 그 때처럼 영화소년소녀들이 많지도 않다.

영화, 20세기 초반 많은 문예이론가들이 열광했던 새로운 이 예술은 이제 영화 감독들에 의해서 예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실험들에 도전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정성일, 1992년 9월, 로드쇼
Highway Revisi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