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사무실, 아침

지하련 2002. 12. 9. 11:28

일어나니 9시 10분이었다.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를 했다. 지난 여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아침밥을 겨울에 다시 먹게 되었다.

  실은 내일 새벽 동생이 캐나다에서 귀국한다. 그 때문에 어머님께서 올라오셨다. 집에서 나오니, 10시였다. 출근시간이 10시까지인데, 집에서 10시에 나왔다. 11시가 다 되어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라곤 짐 정리와 커피 마시기, 웹 서핑, MSN 쪽지질이 전부다.

   온라인서점에서 책 두 권과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눈고양이 다이어리가 와있다. 눈고양이, 사람들은 이 녀석을 스노우캣으로 알고 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라면 '365일의 반찬백과'라고 했을 텐데. 스노우캣. 영 상상력이 부족한 단어다. 나라면? 글쎄. '몽블랑을 입에 문 노란 고양이', 음, 이건 아닌 것같다. 차라리 '희곡쓰는 장정일의 팬티'라든가 '프랑시스 퐁주의 검은 조끼'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음, 이 이름들은 너무 '문학중심주의'적이다. 그러면 '데리다의 반해체주의'는? '차연으로 미끄러지는 S/W, 혹은 대문자 A', 역시 나도 상상력 부족이다. 그만 두자. 그냥 눈고양이로 부르자.

    그리고 그 두 권의 책들 중 한 권은 <메디치>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의 핵심은 황금색 책갈피실과 오래된 성경들처럼 속지의 외부를 황금색으로 칠해버렸다는 데에 있다. 정말 놀라운 모방이다. 멋찌다. 종교적인 패러디를 통해 책의 권위를 높이겠다는 의도. 이 정도만으로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한 권은 <탁자 위의 세계>라는 책이다. 내용은 탁자 위에 있는 것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열하는 책이다. 나도 이런 책 한 권을 쓰고 싶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디어를 얻어야겠다. 책 표지 안쪽 저자의 사진이 있는데, 이 여자 생김새가 술은 마시지 않으면서 술자리를 무진장 좋아할 것같다. 이 책 재미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