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몇 편의 영화들

지하련 2002. 12. 16. 11:30

1.

"극장에 가서 영화 보기", 내가 자주 하는 행동이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극장에 가는 일이 생긴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그렇다면 나는 극장을 싫어하는 것인가, 영화를 싫어하는 것인가, ... 실제로는 극장을 싫어하지도 영화를 싫어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극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끊임없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강요하고 어떤 표정 짓기를 요구하며 그 속에 난 어떤 말없는 폭력 속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는 무척 현대적인 표현양식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날 수록 깨닫고 있다. 소설 양식에서 '소격효과'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2. 스타워즈 - 클론의 습격

이 영화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무척 좋다. 별 생각없이 볼 수 있다. 더구나 이건 모두 거짓말이기 때문에,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동일화를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나의 의도가 성공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감정적인 장치들은 무척 허술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하는 것이겠지. 


3. 맨인블랙 II

윌 스미스는 언제나 봐도 좋다. 이 친구가 무명 시절에 등장했던 여러 영화들을 보면서 이 친구 조만가 뜰 것같애 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로 떴다. 


이 영화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외계인과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이는 것 이면에 또 다른 어떤 세상이 있다는 게 이 영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음모이론'으로 몰고 간다. 난 '음모이론'은 딱 질색이다. (* Articles에 가면 음모이론에 대한 글이 있다. 참고하기 바람) 


정말로 음모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음모이론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그 무엇이다. 즉 허구를 통한 패배주의, 허무주의의 강요가 바로 그것이다. 음모가 있어도 힘없는 우리는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 문제는 음모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길 조차 없는 현상을 두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패배주의에 빠진다는 점에서 이 이론은 과도한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은 나쁜 포스트모더니즘 현상들 중의 하나이다. 


여하튼 맨인블랙 II는 시간떼우기로 좋다. 화장실에다 TV와 비디오, 혹은 DVD Player를 갖다 놓고 보는 건 어떨까. 정말 좋을 것같은데. 


자신의 영혼을 가꿀 시간도 부족한데, 사람들은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꼭 자신이 문화활동을 한 것처럼 떠벌린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극장에 가서 영화 본 것이 무슨 문화활동이람. ㅡ_ㅡ; 



4. 아앰샘


이 영화를 보고 숀 펜의 연기가 무척 좋았다.(우리의 문소리 양에 비한다면 세 발의 피이지만) 


아동 복지에 대한 영화는 영국의 어느 좌파 감독이 찍은 유명한 영화가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국의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영국에 망명해 있는 어느 남자(* 피부색이 틀리며 자신의 조국이 현재 독재치하에 있는)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결혼을 했지만, 그의 부양 능력이, 그에 대한 동네 이웃의 오해로,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를 낳기만 하면 정부 기관에서 나와 아기를 데려간다. 이 영화 보고 나면 미쳐버린다. 실제 일어났던 일을 영화로 옮긴 탓도 있지만, 영국의 복지 정책이 얼마나 인종차별적이며 무자비한가를 이 영화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앰샘"도 아동 복지에 대한 영화이다. 지극히 공화당적인 테마이기도 하다. 아동 복지 예산을 줄이려는. 


이런 정치적인 해석에 대해 많은 이들이 싫어할 테지만, 우리는 시간날 때마다 영화들, 특히 헐리웃 영화를 두고 이런 정치적인 해석을 내려야만 한다. 


이 영화, 나에겐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다. 영화의 시작은 매우 현실적이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작위적이었다. 조합하면 뭐든지 작품이 된다는 포스트모던적 태도가 이 영화에서도 적용가능하다. 


5. 클릭엔터테인먼트 

이건 영화 제목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어내는 제작사이름이다. 그것도 16미리 에로 영화. 이 곳에서 나오는 에로영화를 좋아한다. 쩝. 요즘에는 좀 재미가 없어지긴 했지만. 봉만대 감독이 장편극영화로 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간나면 봉만대감독의 에로 영화를 빌려보기 바란다. 무척 재미있다.





영국의 좌파 감독의 이름은 '켄 로치'다. 2년 반 정도의 직장 생활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