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안치운, 중앙선데이, 정재숙기자

지하련 2007. 10. 2. 16:15



마임은 부끄러움을 지녔다는 뜻을 지닌 함수초와 같다. 노란꽃 아카시아라고 불리는 함수초(含羞草) 혹은 미모사(mimosa)의 어원은 움직이는 배우를 뜻하는 마임(mime), 미무스(mimus)이다. 이 꽃은 콩과의 일년초로서 여름에 다홍색 꽃이 피고, 꼬투리를 맺는다. 잎을 건드리면 곧 아래로 늘어지고, 소엽도 서로 닫아서 마치 부끄러움을 타는 듯하다. 마임은 무엇보다도 배우 자신의 몸 안팎에서 온 자극에 의한 것이다. 배우의 몸은 예민하고, 섬약한 존재로서 미모사와 같다. 그 언어들이 관객들에게 말을 한다. 마임을 읽는 것은 그 언어들이 낸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가는 것과 같다.

- 안치운, 몸으로 시를 쓴 어릿광대 마르셀 마르소’(중앙선데이 매거진, 29호) 중에서

글을 읽는 건 역시 종이로 읽어야 제격이다. 낡은 노트북 액정 화면으로 보는 건 좋지 않다. 도통 글맛이 안 산다. 내가 자주 찾는 웹사이트나 블로그의 글들을 모아 고운 종이에 프린트해 우송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집 현관 앞에 놓여 있는 중앙선데이. 이번 호에는 연극평론가 안치운의 글이 실렸다. 이 사람, 글 참 잘 쓴다. 가끔 읽는 객석(연극배우 윤석화가 인수해, 아직도 운영하고 있는)에서 그의 글은 꼭 챙겨서 읽었다.

중앙선데이를 창간부터 구독했던 것은 아니었다. 몇 해 전 다니던 컨설팅 회사의 CEO, 지금은 다른 회사의 CEO로 계시는 분의 블로그에서 '제법 괜찮다'는 평을 보고는, 한 번 사보기 시작한 후, 아예 구독신청을 해보고 있다. 그리고 횟수를 거듭할 수록 좋아지는 듯 하다. 특히 정재숙 기자가 매거진 에디터로 온 뒤부터 확실히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미술 부문이 너무 부각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